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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정현호(59)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이 11일 검찰에 나와 17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12일 귀가했다. 정 사장은 검찰에서 자신이 증거인멸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11일 오전 8시 5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대면 조사와 신문조서 열람 등을 마치고 이튿날 오전 2시 30분쯤 청사에서 나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정 사장을 상대로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증거인멸 작업에 관여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삼성 측이 지난해 5월1일 금융감독원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조치 사전통지서를 받자 같은 달 5일 정 사장을 포함한 수뇌부가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검찰 수사에 대비해 내부 자료와 보고서 등을 인멸키로 결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대책회의 닷새 뒤인 지난해 5월 10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承志園)에서 이재용 부회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이러한 증거인멸 계획이 보고·최종 승인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 사장을 상대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 8명을 구속한 상태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소속이 상무 2명과 부사장 3명 등 모두 5명에 이른다. 검찰은 증거인멸 작업의 책임자가 정 사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정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5일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후 승지원 회의에서도 증거인멸 계획 등을 논의한 바 없다는 것이다.
삼성 측도 승지원 회의에서 증거인멸 계획이 결정됐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어 “이날 회의(승지원 회의)는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판매현황과 의약품 개발과 같은 두 회사의 중장기 사업추진 내용 등을 논의한 자리였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 본류인 분식회계 의혹 파악을 위해 검찰이 정 사장을 추가 소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이후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선 정 사장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임·직원들이 이미 구속된 만큼, 책임자급에 대한 신병확보 시도는 예정된 수순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 사장은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