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우가 딱 그랬습니다. 2월 대학 졸업 후 이듬해 3월에 취업하기까지 13개월이 걸렸습니다. 취업 전엔 공채준비에 인턴에 바쁜 생활을 보냈습니다. 2개월 남짓한 인턴이 끝나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했죠. 취업준비를 병행하려면 주 2회 정도로 출근하는 직장이 최선이었습니다. 월급은 50만원. 교통비와 식비·통신료를 제외하면 책 살 돈도 빠듯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움은 커졌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확률이 떨어지니까요. 한 날은 이런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몇 달간만 하늘에서 50만원이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일할 시간에 좀 더 취업준비에 매진하기 위해서였죠. 그만큼 절박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청년수당을 지급하겠답니다. 이른바 ‘사회 밖 청년’을 위한 제도라죠. 연령대는 만19~29세. 이들에게 최장 6개월간 매월 5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겁니다. 선별작업을 거친 후 3000명에 한해섭니다. 저소득층 가정에 해당 해야하고 구직활동 계획서도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급기간이 짧습니다. 평균 취업준비기간인 13개월에도 턱없이 못 미칩니다. 게다가 모든 구직 청년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합니다. 물론 한정된 재정 때문이겠죠.
이런 청년수당을 놓고 정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여당에선 연일 막말 공격을 합니다. ‘아편’ ‘정체불명 바이러스’ ‘청년정신 파괴’ 등이 대표적입니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도 4년 전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시절 청년취업활동 수당 지급을 주장했다며 역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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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50만원이 떨어졌으면” 하는 청년 구직자들의 절박한 마음만은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됩니다. 되레 불신만 초래할 뿐입니다. 문득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정치권이 늑대소년(양치기소년의 잘못)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어떤 말을 하더라도 국민은 믿지 않으려고 한다.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누구나 말은 다 그렇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