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정부가 10년 만에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 증권가는 KT&G(033780)에 미칠 파문을 계산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판매량이 줄더라도 평균판매단가(ASP)가 올라가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게다가 정부안을 국회에서 승인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당분간 KT&G 주가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전날 KT&G 주가는 5.6% 하락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고 KT&G 매출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박애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KT&G의 출고가격 인상률 4.5%보다 판매량 감소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소득을 고려한 적정 담배가격 수준을 웃도는 인상안이라는 점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른 국가의 한 사람당 국민소득과 비교해볼 때 한국의 적정 담배가격은 약 3900원으로 파악한다”라며 “담배가격 4500원에 대해 소비자의 체감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KT&G 주가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선 담배 소비량 감소 규모와 평균 판매단가 인상 폭이 중요하다. 판매 감소를 단가 인상으로 상쇄할 수 있다면 KT&G 매출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제각각 셈법을 제시하고 있어 투자자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정안에 따르면 담배세금과 소매인 수익은 현재 1778원에서 3727원으로 1950원이 늘어난다”라며 “제조업체의 갑당 평균판매단가(ASP)는 50원 오른다”고 분석했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담배 가격 인상에 따른 출고가 인상분은 약 50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와 IBK투자증권 등은 ASP 인상 폭이 미미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안대로 추진하면 KT&G의 ASP는 722원에서 732원으로 인상 폭이 미미하다”라며 “판매량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애란 연구원도 “KT&G의 출고가격은 701원에서 732원으로 4.5%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판매량 감소 예상치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담배 소비량은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정부가 2004년 말 담배 가격을 25% 인상했을 당시 2006년 담배 소비 규모는 2003년 대비 9.5%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04년 담뱃값 인상 후 소비가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2008년 담배 시장은 2003년 수준의 98%까지 회복했다고 집계했다.
정부가 10년 만에 사상 최대 폭으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면서 실질적인 담배 소비 감소 규모를 예상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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