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 실패확률 높아

김홍기 기자I 2000.07.21 11:15:05
세계에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도이체 텔레콤이 1000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 미국 이동통신회사 인수에 나서고 있는 등 전 세계 통신업체들이 M&A 열풍에 휩싸인 모습이다. NTT 도코모의 KPN 지분 인수, 퍼시픽 센추리 사이버워크스의 케이블&와이어리스 HKT 인수 등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도 초대형 은행 탄생이 기정 사실화되어 있으며, 독일에서도 대형 은행간 합병 논의가 진행중이다. 영국의 브리티시 항공과 네덜란드의 KLM 항공이 합병 절차에 들어가 있으며, 미국의 항공업계도 생존을 위한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위스의 UBS는 최근 미국 4위 증권사인 페인 웨버 인수를 발표했다. 스페인의 테라 네트워크가 미국의 라이코스를 인수하기도 했으며, 광통신 네트워크의 JDS 유니페이스가 라이벌 업체인 SDL을 400억 달러에 인수,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IT 정보 및 서비스 업계의 1위 기업인 C넷이 2위 기업인 ZD넷을 인수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상황은 다르지만 삼성차 매각과 포드자동차의 대우차 인수 협상, 금융기관간 합병 분위기 등 인수-합병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각 증권사마다 M&A 테마주를 제시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합병이 당초 예상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나는 경우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코노미스트는 인수-합병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앞으로 6주간 6회에 걸쳐 특집 기사를 내보내겠다고 했다. 다음은 그 내용은 요약한 것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 합병이 실패하는 비율이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실패하는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PMG의 리포트에 따르면 합병으로 절반 이상이 주주 가치가 악화됐으며, 3분의 1 이상은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전 세계의 기업들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로 적과 동침하기 시작했다. 1999년의 전 세계의 인수합병 규모는 3분의1 이상이 증가한 3조40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가장 활발하게 합병이 일어나는 곳인 유럽이 두 배 이상 증가, 1조2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합병은 방어적으로 보인다. 위협을 느껴서 합병을 했다는 것이다. 종종 그 위협은 특정 시장의 본질이나 규모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맥도널 더글러스는 보잉에 합쳐졌는데, 그것은 펜타곤이 국방예산을 절반정도로 줄였기 때문이다. 세계화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크라이슬러가 다임러 벤츠와 합병했는데, 세계 3위 기업도 혼자서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부는 다른 육식동물을 피하기 위해서 합병하기도 한다. 독일의 바이에리체 베레인방크는 히포방크와 합병을 했는데, 그것은 경영진이 도이체 방크에 인수당할 것을 겁먹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위협을 피하기 위해 종종 결혼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다. 새로운 파트너를 찾음으로써 도전보다는 기회를 보고는 한다. 그러나 히포방크의 경우, 결혼한 지 2년이 지나서야 베레인방크의 재무제표가 끔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합병을 하기 전에 명확한 비전과 실사작업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종업원들이 숙지하고 있듯이 합병은 실직을 의미한다. 합병이 선언되자 마자 가장 경쟁력있는 가치있는 직원들이 다른 기업에 이력서를 보낸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매니저들이 합당한 전략을 갖고 이를 실행에 옮길 때 합병기업은 상대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다. 타임 워너의 터너 방송 인수가 바로 이런 범주에 들어간다. 타임 워너의 보스인 제럴드 레빈은 1980년대 후반에 근대적인 미디어 재벌에 대한 비전을 갖고 이를 발전시켰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역시 고대 투톤족의 현명함에 따라 통합을 이룩했다. 씨티은행과 트래블러스 그룹이 합병해 탄생한 씨티그룹은 애초 생각했던 잡다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시켰다. 모든 기업활동과 마찬가지로 행운과 경제적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상승기에 합병하기는 쉽다. 주가가 오를 때는 금융비용을 쉽게 부담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경제가 성장하고 있기에 보상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운은 자기가 만들 수도 있다.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씽크탱크인 보잉의 팬텀 워크스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고객의 욕구에 보잉을 맞춤으로써 맥도널 더글라스와의 합병 후유증을 극복했다. 결혼과 마찬가지로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화학반응이 문제다. 그리고 이것은 최고경영자의 문제다. 어느 기업도 장기간 두 명의 보스를 둘 수는 없다. 씨티뱅크의 존 리드가 트래블러스의 샌포드 와일에게 양보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고경영진에 리더십이 없다면 인수된 기업은 점령지의 패배군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고 결국은 게릴라전을 전개하게 될 것이다. 합병이 종종 실패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합병을 피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합병이 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단순한 솔루션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혼인신고를 하기 전까지는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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