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은 빗물이 땅에 스며들고 하천으로 흘러가며 다시 증발하는 자연의 과정이다. 그러나 도시가 개발되면서 땅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이고 빗물은 땅에 스며들 틈도 없이 하수관을 통해 빠져나간다. 비가 많이 오면 넘쳐서 걱정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부족해서 고민하는 도시의 역설은 이러한 물순환 변화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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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번 물순환촉진구역 사업은 무엇이 달라야 할까. 무엇보다 기존 물관리사업과의 차별성이 중요하다. 이번 사업은 기후부가 지자체의 제안을 바탕으로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지자체는 지역의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지만 물순환 촉진사업의 정책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제안 내용이 상수도 확충이나 하수관로 정비 등 오래된 숙원사업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기후부는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해 지역의 물관리 현안 해결과 물순환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빗물을 빨리 하천으로 내보내는 전통적인 빗물관리 방식으로는 물순환을 회복하기 어렵다. 땅에 스며들고 머물게 하며 필요한 곳에 다시 활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하수도와 하천을 따로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물 부족과 침수, 수질과 생태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시설을 더 설치하는 데 앞서 기존 시설을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할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종합계획은 개별 사업을 한데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서로 맞물려 도시의 물 문제를 풀어가도록 짜여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고려도 빼놓을 수 없다. 집중호우와 가뭄에 대비하려면 과거 강우자료뿐 아니라 앞으로 달라질 기후조건도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침투·저류시설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토양이 물을 흡수하는 정도와 지하수위, 주변 건축물과 지하시설에 미칠 영향, 침수 위험 등을 고려해 지역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의 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나아가 미래의 위험에도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주민의 이해와 참여도 중요하다. 기존 도시에 빗물침투시설이나 저류시설을 설치하려면 도로와 보도를 굴착하거나 공원 일부를 활용해야 할 수 있다. 주민에게는 사업의 기대효과보다 당장의 통행 불편이나 이용 공간의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계획 초기부터 사업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추진 과정에 주민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쌓인 이해와 신뢰는 설치 이후에도 주민들이 시설에 관심을 갖고 관리에 참여하는 바탕이 된다.
시설을 설치한 뒤의 관리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빗물침투시설에 토사와 낙엽이 쌓여 막히거나 식생시설이 방치되면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시설 설치에 쏟은 관심과 예산이 꾸준한 관리로 이어지도록 종합계획 단계부터 관리 주체와 비용 확보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 사업의 성과도 시설 규모나 예산 집행액보다 실제 물순환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정부가 두 번째 공모에 나선 만큼 이제는 사업의 지속성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야 한다. 그 출발점은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면서 도시 전체의 물순환을 개선하는 종합계획이다. 개별 사업의 연계부터 설치 이후의 유지관리까지 충실히 계획하고 실행할 때 물순환 촉진구역은 도시의 물 문제를 풀어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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