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한빛 2호기가 지난 11일 가동을 멈췄다. 40년으로 설정된 설계수명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수명 연장을 위해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했으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가 지연돼 설계수명이 그대로 적용됐다.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이유로 한빛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이로써 호남 지역의 원전 6기 가운데 2기가 심사 지연으로 발전을 못 하게 됐다. 정부가 호남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마당에 이 지역의 주요 전력 공급원인 원전이 행정 절차 지연으로 잇달아 가동을 멈추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빛 1·2호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30년 이전에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국내 원전은 10기에 이르고, 그 가운데 고리 2호기 하나만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지난해 재가동에 들어갔다. 한빛 1·2호기와 고리 3·4호기는 이미 설계수명이 만료됐고, 한울 1·2호기와 월성 2·3·4호기는 올해부터 2029년 사이에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그런데 앞으로도 심사가 연거푸 지연된다면 전력 공급 전체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를 보다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심사 절차를 손봐야 한다. 현행 방식에서 계속운전 허가를 받으려면 안전성 평가, 환경영향 평가, 주민의견 수렴,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를 차례로 통과해야 한다. 원전의 안전 운영을 위해 모든 과정이 내실 있게 실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그 하나하나가 과도한 규제에 걸려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안전성 평가를 맡고 있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인력 부족으로 허덕인다는 말도 나온다.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했는데 설계수명이 끝났다고 바로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설계수명 만료 뒤에도 별 문제가 없다면 계속운전 심사 기간 중에 임시로 가동을 허용할 수 있지 않을까. 계속운전 허가 기간 10년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처럼 20년 단위로 재가동 여부를 심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와 함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효율적 심사와 낡은 규제가 원전 활용의 발목을 잡는 상태를 방치한다면 위기가 닥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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