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의무 소각 앞두자…자사주 처분, 하반기에 12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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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석 기자I 2026.01.04 11:12:22

상반기 처분규모 652억→하반기 8091억 급증
지난해에만 8743억…직전 2개년 합친 것보다 많아
처분규모 최대기업 '엘앤에프' 1226억
與, '자사주 의무 소각' 3차 상법 개정안 이달 처리 방침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올해 자기주식(이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상장사들이 보유 자사주를 처분한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권의 주주환원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소각을 회피한 것이다. 처분 규모는 상장사들의 체급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삼성전자·SK하이닉스 종가가 표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자사주 처분 규모 1위 ‘엘앤에프’


4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들이 처분한 자사주 총 규모는 약 8743억원이었다. 이는 직전 2개년(2023~2024년) 수치를 합친 것보다 많다. 2023년 당시 자사주 처분 규모는 약 5036억원, 2024년엔 약 2874억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들어 처분 규모가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 처분 규모는 652억원에 불과했으나 하반기엔 8091억원으로 무려 1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6월 현 정권이 들어서며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겠다고 공언하자 일제히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자사주 처분 규모가 가장 많은 상장사는 코스피 기업인 엘앤에프(066970)였다. 엘엔에프는 운영자금 및 시설자금의 조달을 목적으로 약 1226억원 규모의 자사주(보통주 100만주)를 지난달(12월) 3일 매각했다. 회사 측은 매각 전날 공시를 통해 “발행주식총수의 2.5%에 해당하며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한 시장가격을 반영한 처분으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은 삼양식품(003230)으로 지난해 11월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건전성 증대를 목적으로 약 994억원(보통주 7만 4887주)의 자사주를 처분했다. 회사 측은 “발행주식총수인 753만 3015주의 0.99%이며 시간외대량매매를 통한 처분으로 주식가치 희석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삼양식품의 뒤를 이어 코스닥 기업인 이오테크닉스(039030)가 지난해 7월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를 명목으로 약 441억원(보통주 21만 7397주)의 자사주를 처분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낮아져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는 주주환원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판삼아 ‘코스피 5000’을 달성하겠다는 게 현 정권의 목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신규 취득 시 1년 이내 소각 △기존 보유 자사주 1년 6개월 이내 소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늦어도 이달 국회에서는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취득 땐 ‘주주가치 제고’, 처분 땐 ‘임직원 보상’

그간 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 자사주를 취득했으나 정작 처분 방식은 주주환원과 거리가 멀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상장사 2658개를 대상으로 최근 5년간 자사주 취득 흐름을 들여다본 결과 자사주 취득 계획 공시 2067건 가운데 1936건(93.7%)에서 ‘주주가치 제고’가 명시됐다. 하지만 처분 공시 1666건 중 ‘임직원 성과보상’ 목적이 1066건으로 64.0%를 차지했다. 이어 △자금 확보 188건(11.3%) △교환사채 발행 172건(10.3%) △주식교환 81건(4.9%) 등이었다.

이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는 지난해 삼양식품을 겨냥한 논평을 내고 “자사주를 자산 취급해 성장재원 마련으로 포장한 나쁜 선례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매각의 근거가 되는 자기주식(기존 보유분 409주 제외)은 2022년 2월 8일 이사회 결의로 그 해에 취득한 주식이다. 그 당시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체결의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경영성과보상’”이라며 “3년 9개월 전 취득한 자기주식이 그 후 어떻게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경영성과보상에 사용됐는지 묻는다”고 꼬집었다.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2025년 사업보고서부터 자기주식을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연 2회 보유 현황과 처리계획을 공시해야 하며 실제 이행 결과와 처리계획간에 차이가 많으면 제재 및 가중처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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