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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찾은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는 월성원자력본부. 작년 3월 추가 증설로 운영되는 조밀건식저장시설(맥스터) 옥상에서 바라본 부지 내 저장시설(사일로건식저장시설·맥스터)은 한 눈에도 공터를 다 메울 만큼 가득 들어찼다. 건식저장시설은 사용후핵연료의 붕괴열을 공기를 이용해 냉각시키고 콘크리트와 금속을 이용해 방사선을 막는 저장 시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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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맥스터 외벽에 기대 휴대용 방사선측정기(ADR, 자동선량계)로 방사선량을 측정했더니 0.00 mSv(밀리시버트)로 표시될 정도로 방사선량이 극히 미미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일일 평균 방사선량이 서울의 자연방사선량보다 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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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맥스터는 지난 2009년 12월부터 7개 모듈(직육면체형 건축물)을 운영하다가 사용후핵연료가 가득 차면서 추가로 7개 모듈을 증설했다. 이곳엔 월성 2~4호기에서 발생하는 중수로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된다. 맥스터 14기 총 저장용량은 33만6000다발이다. 사일로건식저장시설인 원통형 캐니스터 300기(16만2000다발 저장)는 이미 2015년말부터 포화 상태다.
◇증설에만 꼬박 6년…특별법 제정 시급
작년 맥스터를 추가로 운영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 우려는 일단 사그라졌다. 다만 맥스터 증설에도 2037년이면 또다시 월성원전 내 저장시설은 포화 상태에 놓인다.
맥스터 증설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증설에만 꼬박 6년이 걸렸다. 관련 논의는 지난 2016년 시작됐다. 그해 4월 한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고 2020년 1월 원안위는 이를 승인했다. 이후 2020년 4월부터 7월까지는 주민설명회 등 지역의견을 수렴하고 8월 정부는 증설을 결정했다. 공론화 과정에선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찬반 이견으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임시방편일 뿐 지속가능한 방안은 아니다. 다만 지역주민들은 자칫 영구적으로 계속 운영될 것을 우려한다. 이 때문에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현재 부지 내 저장시설을 둘러싼 해당 지역주민들의 오해를 풀고 설득을 위해서라도 특별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과 관련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여야는 특별법 처리의 시급성에는 공감하지만 저장용량과 관리시설 확보·이전 시점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여당은 저장용량과 관련해선 야당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분위기다.
한편 산업부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1~2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됐다. 원전 본부별 예상 포화시점은 한빛원전이 2030년으로 가장 빠르고,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 새울(2066년) 등의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