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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주는 여름 휴가 성수기가 시작되는 7월 내내 바닥을 기었다. 지난 7월12일에는 하나투어를 포함한 여행주 대부분이 52주 신저가를 새로 쓸 정도로 분위기가 침울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4만명 안팎에 달하는 데다가 환율이 치솟으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여행주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게 된 건 지난달 중순 정부가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정부는 입국 전 유전자증폭 (PCR) 검사 의무화 방침을 지난 3일부터 폐지했다.
일본 정부가 여행자에 대한 방침을 완화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7일부터 가이드 없는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을 허용하고, 코로나19 백신을 3회 이상 접종하면 입국 전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 특히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진행하지만 여행 동선과 일정에는 제한이 없어 사실상 자유여행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일 양국이 지침을 다소 완화되면서 국내 여행객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8월29일부터 9월4일까지 일주일간 1일 평균 일본 여행 예약이 직전 2주간(8월 15일~28일)보다 413.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여행 상품 예약에서 일본 예약이 차지하는 비중도 직전 8.3%에서 26.1%로 늘었다.
노랑풍선 역시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폐지에 대한 정부의 발표 이후 패키지여행 상품의 예약률이 두배 이상 늘었다. 8월31일부터 9월6일까지의 예약률은 8월 17일~23일 대비 140% 가량이 증가했는데, 예약 지역 비중은 동남아(38%), 일본(24%), 튀르키예(8%), 서유럽(6%), 괌/사이판(5%) 순으로 나타났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일본지역의 예약률이 급증한 배경에는 8월 31일에 일본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 없는 패키지여행 허용’ 등 입국 규제 완화 방침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는 일본 정부가 추후 비자 면제나 개인 여행 허용 등 추가 조치를 시행할 경우 현지 여행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도 여행 수요 증가를 이끄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증권가는 여행주가 큰 폭으로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 강세로 높은 수준의 항공 운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경기 둔화 여파로 여행 수요도 위축될 수 있어서다.
여행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는다. 교원그룹의 자회사인 교원투어가 최근 여행 전문 브랜드 ‘여행이지’를 선보이고, 쿠팡 플랫폼과의 협업에 나서면서 여행업계 재편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둔화, 매크로 영향으로 여행 수요가 위축되는 건 두 번째 문제라고 봤지만 생각보다 빨리 직면했다”면서 “심지어 교원투어가 여행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장기 투자포인트로 기대했던 시장재편보다는 다시 한 번 무한경쟁의 시대로 전개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