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의회 폭동 사태 1주년을 맞은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폭력 사태의 책임자로 규정하면서 “폭도들을 공격으로 내몰았다”며 이렇게 맹비난했다. 폭동 사태 당시 폭도들이 난입했던 워싱턴DC의 의사당 스테튜어리 홀에서 진행한 연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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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트럼프, 민주주의 공격”
1년 전 이맘때 미국에서는 대선에 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로 몰려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대선 승리 인증을 막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의회경찰 1명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전직 대통령’ 등으로 에둘러 지칭했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하며 날을 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백악관에 앉아 모든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며 경찰이 공격 당하고 생명을 위협 받고 의회가 포위돼도 몇 시간 동안 아무 일을 하지 않았다”며 “1년 전 오늘 이 신성한 곳에서 민주주의는 공격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의지는 폭행 당했고 헌법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우리는 견뎌냈고 우리는 승리했다”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1년 전 나는 이 싸움을 원하지 않았지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 나라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목전에 칼날을 들이미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리켜 “전직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의심하고 수 개월간 거짓말을 했다”며 “그는 단지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의해 패배한 전직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반란을 조장해 의회를 장악하도록 유도한 대통령은 역사상 단 한 명”이라며 “모두가 그를 알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바이든, 공포·분열 조장”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이번 정치극은 그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사실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맹비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자신을 직격한 바이든 대통령의 1주년 연설 직후 낸 성명을 통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통제력을 완전히 잃었고 에너지는 자립적이지 않다”며 “인플레이션은 걷잡을 수 없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은 혼란에 빠졌다”며 “아프가니스탄 철수 혹은 항복은 미국 역사상 가장 민망한 날”이라고 질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민주당이 이날을 이용해 공포를 부추기고 미국을 분열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의회 폭동 사태 조사를 위해 구성된 하원 특별위원회를 겨냥해 “당파적 무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같은 미국 내 정치 분열상은 이날 의회에서 열린 의회 폭동 사태 1년 행사 때 여실히 드러났다. 하원이 마련한 추념 행사에는 리즈 체니 공화당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했고, 상원 행사가 열린 본회의장은 대부분 민주당 의원들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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