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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이 풍부한 편이어서 당장 수급 논란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백신 확보에 허덕이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접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얀센과 600만회분 구매 계약을 체결한 한국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CDC·FDA “얀센 백신 중단 권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서 ‘드물지만 심각한’ 혈전증이 나타난 사례 6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 슈차트 CDC 수석부국장과 피터 마크 FDA 평가연구센터 소장은 “부작용 조사를 완료할 때까지 백신 사용을 전면 중단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CDC와 FDA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나타난 혈전증은 뇌정맥동혈전증(CVST)으로 혈소판 감소를 동반했다. CVST는 유럽의약품청(EMA)이 AZ 백신 접종 후 매우 드물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결론낸 증상이다.
얀센 백신은 기존 제품들과 달리 1회 접종만으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일반 냉장고 온도에서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전날까지 접종된 얀센 백신은 680만회분이 넘는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에 한참 못 미치긴 하지만, 미국 당국으로부터 엄연히 승인 받은 세 종 중 하나다. 백신 접종 후 혈전증이 나타난 이는 모두 여성이다. 연령은 18~48세다. 접종 후 6~13일 즈음 증상이 발생했다.
이에 미국 대다수 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얀센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CNBC 등에 따르면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 최소 35개주가 당국의 권고 직후 접종을 멈췄다. 하워드 주커 뉴욕주 보건국장은 “기존 예약자들에게는 2회 접종하는 화이자 백신을 대신 투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내 주요 백신 접종소인 약국 체인 CVS와 월그린 역시 투여를 멈췄다.
유럽 대륙에서는 백신 도입이 늦춰지게 됐다. J&J는 CDC와 FDA의 권고 직후 성명을 내고 “유럽 당국과 사례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럽에서 백신 출시를 선제적으로 연기할 것”이라고 했다.
CDC는 오는 14일 예정된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긴급 회의에서 혈전증 사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백신 허가 제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가뜩이나 늦은 접종, 더 지연되나
AZ에 이어 얀센까지 혈전증 논란에 휩싸이면서 세계 각국의 ‘백신 디바이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경우 당장 큰 영향을 없을 게 유력하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일찌감치 얀센 백신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는 얘기가 일부에서 돌았고, 그럼에도 백신 접종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CDC에 따르면 이날까지 미국 내 18세 이상 성인 중 백신을 1회라도 맞은 이는 47.0%에 이른다. 2회 접종까지 모두 마친 이는 29.1% 비중이다. 2회 접종까지 끝난 이 중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3676만4240명)과 모더나 백신(3135만5979명)을 맞은 사람이 얀센 백신(716만4152명)을 맞은 사람보다 훨씬 많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충분한 백신이 있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인 100%가 접종 받을 수 있는 물량”이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미국을 벗어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당장 한국부터 문제다. 한국 정부는 J&J와 구매 계약을 통해 600만명분을 확보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얀센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다. 백신의 혈전증 부작용이 인정될 경우 접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