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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국내 제지업계 ‘빅2’인 한솔제지(213500)와 무림P&P(009580)가 최근 카카오 열매 포장재와 종이 옷걸이 등 종이를 이용한 친환경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롯데제과와 코오롱스포츠 등 다른 업종에 속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친환경 사업을 빠르게 상업화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최근 롯데제과와 함께 카카오 열매 성분을 함유한 친환경 종이 포장재 ‘카카오 판지’를 개발했다. 카카오 판지는 한솔제지와 롯데제과, 롯데중앙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종이 포장재로 초콜릿 원료로 사용한 뒤 버려지는 카카오 열매 부산물을 분말 형태로 가공, 재생펄프와 혼합해서 만든 친환경 종이다.
양사는 지난해 6월 카카오 판지 개발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에 착수한 뒤 연구개발과 협력을 통해 이번에 신제품을 출시했다. 롯데제과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카카오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한편, 한솔제지는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해 종이 원료인 목분을 대체하는 등 양사간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카카오 부산물 함유량을 높인 친환경 제품을 지속 출시하는 한편, 카카오 함유 팬시지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을 병행할 계획”이라며 “카카오 부산물 외에도 나노셀룰로오스, 천연펄프 100% 물티슈 등과 같은 다양한 친환경 제품 연구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해 친환경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림P&P 역시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와 함께 종이로 만든 친환경 펄프 옷걸이를 최근 선보였다. 펄프 옷걸이는 환경 오염과 폐기물 대란 주범으로 인식돼 온 석유계 플라스틱을 줄이고 친환경 바이오매스 원료인 펄프로 대체 제작한 에코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무림P&P는 그동안 펄프를 종이 원료 외에 다른 산업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선보인 친환경 옷걸이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실제로 상용화한 경우다.
무림P&P와 협력한 코오롱스포츠는 펄프 옷걸이를 우선 한남 플래그십스토어에 비치한 뒤 다른 매장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한남 플래그십스토어에는 친환경 옷걸이뿐 아니라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한 친환경 마네킹도 비치했다. 친환경 마네킹은 분해되지 않는 기존 섬유강화플라스틱(FRP)이 아닌, 무림P&P 펄프와 톱밥을 활용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적용했다.
무림P&P 관계자는 “현재 칫솔과 용기 캡 등에 펄프 등 친환경 소재를 절반 가까이 대체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동일한 내구성에 친환경성까지 겸한 바이오 플라스틱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해 탄소배출량 저감과 업사이클링 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제지 업계에 부는 친환경 바람은 최근 국내외 기업들 사이에서 이슈로 떠오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흐름을 같이 한다. 실제로 한솔제지는 원료 생산부터 폐기물 처리, 재활용까지 자원순환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ESG 경영에 나섰다. 무림P&P는 종이 옷걸이에 앞서 펄프로 만든 종이 빨대용 원지 ‘네오포레 STRAW’를 출시하는 등 잇단 친환경 제품 출시를 통해 ESG 경영을 실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지산업은 나무를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반환경적인 산업으로 비쳐진다”며 “제지업체들이 잇달아 친환경 제품 개발에 나서면서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최근 이슈가 되는 ESG 경영도 실천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