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시장원칙을 도외시한 채 정치권 간섭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경우 최근 공매도 금지 연장 논의와 코로나19 대출 이자상환 유예, 은행 배당 자제령 등에서 나타났듯 원칙과 소신은 간데 없고 정치권 눈치 보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부실 감독 논란을 빚은 금융감독원은 최근 공공기관 재지정을 면했지만 고강도의 쇄신안을 요구받아 당장 자기 앞가림이 급해 보인다.
오는 3월 종료 예정인 공매도 금지 조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치권에서 공매도 영구폐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계획대로 종료할지 갈팡질팡하며 시장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이 표심을 의식해 금융당국을 압박하면서 공매도 폐지 시점을 선거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3월 말이 기한인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대출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재연장 불가피성을 시사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만3000건만 이자를 안 내고 나머지는 다 냈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라며 대출 부실화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만약의 부실사태에 대비해 적립해야 할 충당금 등 추가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됐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에게 이익을 주주 배당에 다 쓰지 말라고 권고하면서도 여당이 금융권을 향해 노골적으로 이익공유제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것에는 입을 닫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을 규제하면서 불특정 다수를 위해 이익을 기부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위기로 금융의 공적 역할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다. 자산시장 과열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위기 등 코로나19가 불러온 양극화가 금융 시장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연착륙을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금융당국이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원칙을 세워 정책 방향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만만한 금융사들의 팔만 비트는 경영간섭은 ‘신관치금융’의 후유증을 낳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