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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 “좋은 공연과 배우를 만드는 것..저의 업이죠” (인터뷰)

정준화 기자I 2019.10.09 10:16:56

''썬앤문'' · ''미스터쇼'' 연출자 박칼린
"몇 만 가지 경우의 수..연출 즐거워"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이데일리 정준화 기자] 소박하게 꾸며진 크리스마스 트리 맡이나 한적한 발코니에 앉은 고양이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가득하다. 공연계 거장으로 통하는 연출가 박칼린이지만, 그의 SNS 피드는 소소하고, 고요하며 평화롭다.

그간 특정 분야의 정점에 서있는 이들이 정치적 사회적 현상에 목소리를 내며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던 터라 박칼린의 이러한 행보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당연하다는 듯한 답변에 ‘정치적 발언이 없는 이유’에 대한 질문은 머쓱해졌다.

“그런 것(동물들 사진) 밖에 없죠? 하하하. (정치적인 발언)은 전혀 없어요. 물론 저만의 생각은 많아요. 하지만 그것을 그쪽에서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는 음악과 무대를 만들어왔던 사람이고, 다른 업계에 있었던 사람이라 발언을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공연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박칼린은 자신의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저의 숙제는 좋은 공연을 만들고, 배우들이 좋은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서 그들이 환경을 지키고 나라를 아끼도록 하는 것이죠. 제가 그런 신념들을 지킨다면 자연스럽게 전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신의 맡은 바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공연과 무대를 향한 열정과 애정을 아낌없이 불태우는 터라 다른 곳에 눈을 돌리고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저는 쉴 때 정말 잘 쉬는 사람이에요. 하하하. 한 달 동안 집에서 안 나올 수도 있어요. 에너지는 일을 할 때 다 써버리기 때문이죠. 창작이라는 것이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에요. 음악, 의상, 조명 등의 다양한 요소들로 경우의 수가 몇 만 가지가 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이죠. 그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하는 것이 저에게는 스트레스가 아니에요. 저는 그게 재미있어요.”

‘퍼즐’에 비유했다. 박칼린에게 무대를 구성하고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퍼즐을 만들고 풀어가는 것과 같은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이는 ‘정리정돈’을 통해 완성된다고.

“여행갈 때 짐 싸잖아요? 저 그거 정말 잘해요. 어디에 뭐가 들어가야 하는지 정리정돈은 하는 것, 아주 잘 할 자신 있어요. 무대를 구성하는 것도 정리정돈이거든요. 필요 없는 것을 찾아서 빨리 버리는 작업이죠. 무대라는 것이 불필요한 것은 일체 없는 특이한 공간이에요.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대사가 없고, 필요한 감정을 전달하는 음악만 있고, 필요한 조명이 있어요. 작은 조명 하나 그냥 켜있지 않아요. 그곳으로 눈이 가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만 무대에 올리는 것이 철학이에요.”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최근 연출하고 있는 작품은 두 가지다. 그 중 국악쇼 ‘썬앤문’은 여러모로 도전이었다. 국악가락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목시킨 흔치 않은 시도였다. 이에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것인지를 물었다. 박 연출은 손사래를 쳤다.

“제가 감히 ‘국악의 대중화’를 건드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웃음) 그 숙제를 떠나서 ‘왜 나는 국악을 안 즐기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인데, 왜 못 즐겨? 국악으로 하고 싶은 거 해보자. 욕을 얻어먹더라도 하자. 그런 마음으로 용기를 얻어서 젊은 연주자들을 만났고, ‘우리 하고 싶은 거 해보자’ 하고 만든 작품이에요.”

‘썬앤문’ 공연 모습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또 다른 연출작인 ‘미스터쇼’는 여성들을 위한 공연이다. 오직 여성만 출입할 수 있는 관람조건, 관능적이고 세련된 무대 연출이 특징으로 객석의 환호와 반응이 어우러져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되게 유쾌한 공연이고, 더티하지 않고 밝아요. 후배 남자 배우들에게 모니터를 부탁했었는데

‘남자를 정말 멋있게 만든 공연’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대한민국 여성들이 남편, 남자친구 떼어 두고 신나게 나와서 즐길 수 있는 ‘걸스 나잇 아웃’ 하는 공연이죠. 공연이 끝나면 관객 분들이 나가시면서 ‘감사합니다!’ 하는 공연은 ‘미스터쇼’가 유일했던 거 같아요.(웃음)”

수많은 커리어를 쌓아올리며 업계 정점에 서 있는 인물. 박칼린은 또 어떤 것들을 이루고 싶을까. 훗날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후배들을 서포트 하고 싶다”고 답했다.

“아끼는 아티스트들 공연할 때 뒤에서 옷 다려주고, 땀 흘리면 땀 닦아주고, 가방 들어주고..후배들 뒷바라지 해주는 게 그렇게 즐거워요.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 보면 정말 대견하고 뿌듯하고 행복해요. 그렇게 지내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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