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높이는 쪽에 사활을 걸었다.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이 컸다. 고정금리는 금리변동 위험이 없고 매달 지출규모가 확정돼 계획적인 상환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지난 2015년 정부가 중산층을 지원하느냐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저리(2.55~2.65%)의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변동형 대출을 고정형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한 것도 그런 이유다. 소비자들도 정부 정책에 부응했다. 그 결과 2010년만해도 은행권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고정금리는 작년말 기준으로 45%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정책을 보면서 고정형 대출자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새코픽스다. 금융위는 기존보다 금리가 0.3%포인트 낮은 새코픽스대출을 도입하며 변동형 대출로 갈아타도록 유도하고 있다. 성과를 위해 그간 강화된 주택담보대출(LTV) 규제까지 면제해줬다. 제2의 안심전환대출도 속을 뒤집어 놓기는 마찬가지다. 소득 제한이 있다지만 그간 정부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변동형 대출을 받았던 차주들은 2%초반의 고정형 대출로 부담없이 갈아탈 길이 생기는 셈이다.
반면 고정금리를 선택해 착실하게 빚을 갚아왔던 대부분은 고금리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한때 최대 70%였던 LTV가 지역에 따라 40%로 강화되며 한도가 나오지 않아서다. 고정형 대출자는 안심전환대출의 대상도 아니다. 당장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대안을 검토 중이다. 같은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탄다면 LTV 규제를 좀 풀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를 역행하며 이런 예외를 인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않다. 예상대로라면 정부말을 잘 따랐던 사람들만 상대적 피해를 보는 것이다.
사실 금융위가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시장에 맡겼더러면 이런 논란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일이다. 언제까지 금융권을 쥐고 흔들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면 땜질식 처방으로 대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