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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 중인 미국류머티즘학회(ACR) 연차학술대회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암젠, 산도즈 등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관심을 모았다. 이번 행사에 부스를 마련하고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지 않은 미국에서 열리는 학회라 이를 공식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난다”며 “때문에 직접적인 마케팅 활동은 어렵지만 의학적인 논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든 1만 5000여명의 자가면역질환 전문가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휴미라는 지난해 180억달러(약 20조원)의 매출을 올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휴미라를 만든 미국 애브비는 이번 학회에서 가장 큰 홍보부스를 운영 중이다. 애브비 관계자는 “부스를 찾는 이들에게 휴미라가 가장 많은 자가면역질환에 쓰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미라는 자가면역질환 중 총 15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경쟁약인 ‘레미케이드’(존슨앤드존슨)와 ‘엔브렐’(화이자)을 적용할 수 있는 질환은 10개 미만이다.
바이오시밀러는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에 나와야 ‘퍼스트무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오리지널 약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을 앞세워 가격경쟁을 펼칠 수 있기 때문. 이와 관련 셀트리온(068270)이 2012년 출시한 세계 최초 항체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현재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오리지널 약인 레미케이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를 업계 최초로 출시하면서 현재 전체 시장 점유율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누렸던 퍼스트무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암젠이 지난해 3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암제비타’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임랄디’(삼성바이오에피스)와 ‘실테조’(베링거인겔하임)가 각각 8월과 11월 승인을 받았다. 올해도 ‘하이리모즈’(산도즈), ‘훌리오’(마일란)가 각각 7월과 10월 승인을 받았다. 이중 실테조를 제외한 4개 제품이 애브비와 특허에 합의하면서 일부 제품은 이달부터 판매에 들어간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한 4개 업체들이 동시에 출발선상에 놓인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복제약의 특성상 가격을 제외하면 오리지널 약과 차이가 거의 없다. 업계에서는 이런 이유로 마케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입을 모은다. 이상현 삼성바이오에피스 판매전략팀 상무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초기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임랄디를 포함해 유럽에서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을 출시한 만큼 노하우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어느 국가에서 어느 정도 팔릴지, 나라별 주요 이슈는 무엇인지 등을 이미 파악하고 있어 원활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 이 상무는 애브비 본사에서 9년간 휴미라 마케팅을 담당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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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네 회사가 모두 비슷하게 경쟁할지 어느 회사가 선두권으로 나설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각 업체마다 강점과 약점이 있기 때문.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암젠은 엔브렐 개발사인 만큼 자가면역질환 노하우가 풍부한 반면 암제비타가 첫 바이오시밀러라 시장 경험이 부족하다”며 “산도즈는 바이오시밀러 경험은 풍부하지만 아직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빅3’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업체지만 미국 등 해외 마케팅은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에 일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