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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법의 날, 개혁대상 전락한 법원과 검찰

전재욱 기자I 2017.04.25 06: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오늘(25일)은 법의 날이다. 그러나 법의 날을 맞는 법조인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과 법을 해석하고 판결하는 법원이 놓인 궁색한 처지 때문이다.

전재욱 기자
검찰은 개혁대상인 적폐(積弊)세력으로 전락했다. 가치와 이해가 다른 대통령 후보들이 공통으로 제시하는 공약이 검찰 개혁이다. 방향과 방법이 약간 다를 뿐 검찰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시각은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국민 대다수도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수긍한다. 정치권력의 영향 아래서 자유롭지 못했던 검찰이 자초한 면이 크다.

법원도 개혁의 칼날 앞에 섰다. 최근 법원행정처에서 발생한 ‘법관 독립침해’ 사건은 법원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법 행정의 방향과 집행에 반기를 든 소수 법관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법원 행정처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지휘체계와 권한을 뛰어넘은 부당한 지시와 시도가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에서 자행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검찰과 법원이 개혁의 대상이 된 공통적인 이유는 견제 없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견제와 통제장치 마련 없이 정치검사 몇을 솎아내는 것만으로는 또 다른 ‘우병우 사단’의 출현을 막을 수는 없다.

법원 개혁도 마찬가지로 힘의 분산이 해법이다. 무엇보다 진상조사위원회가 법원 행정처의 순혈주의를 지적한 것을 새겨야 할 대목이다. ‘평판이 우수한 법관을 행정처 보직자로 선발하는 것은 일반 법관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행정처 줄세우기’는 법관의 관료화를 부추기는 폐단으로 지적돼 왔다. 근저에는 대법원장이 쥐고 있는 강력한 인사권이 깔려있다.

법의 날은 ‘법의 존엄성을 되새기고 국민의 준법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의 모습은 법의 날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존엄을 거론하기에는 두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인 탓이다. 존엄은 존경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것이고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개혁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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