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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톺아보기]<下>현대차 지배구조 방향등 ‘썰’과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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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익 기자I 2017.03.25 08:51:00

지금처럼 순환출자로는 오너지위 보장 어려워
오너되려면 지배구조 개편은 선택옵션 아닌 필수
국민연금·외국인 지분 많아 주주동의 얻는 과정 중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上편에서 계속)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현대차 지배구조의 특징이자 잠재리스크로 순환출자 구조와 함께 △낮은 대주주 지분율 △더 낮은 지분승계율을 지목한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48) 부회장으로 후계구도는 오래전부터 명확했지만 지분 승계율은 미미하다.

순환출자는 진정한 ‘오너’ 아냐

정 부회장은 그룹 3대축 가운데 기아차(000270)(1.7%) 지분만 가지고 있다가 지난 2015년 11월 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매각한 자금으로 현대차 지분 2.3%를 매입했다. 부친 정몽구 회장도 현대차(5.2%)와 현대모비스(7.0%) 지분을 가지고 있으나 충분치 않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쳐도 현대차·기아차·모비스 핵심3사 어느 한 곳에서도 10%를 넘지 않아 진정한 의미의 ‘오너’가 아닌 주요주주인 셈.

롯데도 수십 년 순환출자로 명맥을 유지해오지 않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지만 현대차와 롯데의 상황은 다르다. 롯데 지배구조 상층부는 바다 건너에 있거나 베일 속에 가려진 비상장사이고, 현대차 지배구조의 핵심계열사는 모두 국내에 기업공개한 상장회사다.

오너일가의 적은 지분을 지탱하는 게 순환출자 즉 계열사 돈이다. 계열사 돈의 쓰임새는 오너뿐 아니라 상장회사 주주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지난 17일 정기주총을 포함 지금까지 현대차 오너일가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무사히 넘어가긴 했지만 때론 크고 작은 잡음도 있었다. 순환출자를 유지하는 상황에선 언제든 경영성과에 따라 주주들의 목소리가 분출될 수 있다. 현대차·기아차·모비스 핵심 3사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지분율보다 높고, 외국인 지분율은 그 보다 훨씬 더 높다. 순환출자는 안정적인 오너 지위를 영원히 보장해줄 수 없다.
◇오너가 되려면 지배구조개편은 `옵션`이 아닌 `필수`

현대차는 글로벌경쟁사와 비교하면 배당을 많이 하지 않는다. 현대차가 배당에 인색한 이유는 치열한 경쟁 환경 속 기술투자에 더 많은 비용을 써야하는 성격도 있었겠지만 낮은 오너지분율 탓에 배당성향을 높여도 오너에 돌아올 재원이 적다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란 게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건설(000720)을 인수하고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대비 3배 이상 금액으로 배팅한 것을 보면 적어도 돈이 없어서 배당에 인색했던 것은 아니다.

일반인의 눈에는 많은 금액으로 보일지라도 지배구조 개편에 대응할 ‘씨드머니’ 개념으로 보면, 정의선 부회장이 받는 연간 200~300억원대 배당금은 충분치 않다. 세금을 내고 남은 배당금을 10년 넘게 모아야 현대차 지분 1%를 겨우 살까말까한 수준이다.

그래서 시장은 정 부회장이 1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086280)(23.3%) 보호예수 종료에 주목한다. 정 부회장은 2015년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7400억원어치를 매각하며 2년간 추가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난달 2년을 채웠다. 이제 1조3000억원어치 남은 지분은 언제든 처분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돈으로는 현대차 지분 3.5%만 살 수 있다는 것. 또는 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넘기고 기아차가 가진 모비스 지분과 맞바꾸면 5.3%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도 현대차나 모비스 어느 한쪽에서도 진정한 ‘오너’가 되지 못한다. 비상장사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시키면 종자돈이 조금 더 늘겠지만 극적인 상황반전은 어렵다. 그래서 정의선 부회장에게 글로비스나 현대엔지니어링이 중요한 재원이긴 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못한다. 정 부회장이 ‘오너’가 되려면 결국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원오브뎀(one of them)’의 옵션 항목이 아닌 ‘머스트’(must) 필수 항목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취약성 때문에 정의선 부회장이 향후 오너가 되든지 아니면 전문경영인이 되든지 선택만이 남아있다”며 “전문경영인이 되고 싶다면 그룹 지배구조 변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오너가 되고 싶다면 경영권 승계를 할 수 있는 그룹 지배구조 변환이 가시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단독 지주회사로는 순환출자 해소 어려워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 지주회사가 현대차가 될지, 또는 그간의 다수 의견처럼 현대모비스(012330)가 될 지 논쟁은 얘깃거리는 될 수 있어도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라고 말한다. 어떻게 지주회사 지분을 많이 가지는 동시에 순환출자까지 자연스레 해소하느냐에 주목해야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든 모비스든 어느 하나 단독으로 지주회사가 되면 여전히 순환출자를 온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안정적인 지주회사 지분확보도 쉽지 않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동시에 오너의 지주회사 지분도 안정적으로 가져하는 방법은 현대차·기아차·모비스 인적분할 후 3개회사의 투자부분을 합병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이 역시 시나리오에 불과하지만 2015년 11월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판 자금으로 현대차 지분을 매입한 것은 장기적으로 이러한 그림을 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시장에선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확보한 돈으로 현대제철이 가진 모비스 지분(5.7%)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의 선택은 현대차 지분(2.4%)이었다. 이상헌 연구원은 이와관련 “향후 현대차·기아차·모비스가 분할·합병할 때 오너 입장에서 지분확보 효과를 키우려면 사전에 규모가 큰 사업회사 지분 가지고 있는 게 좋다”며 “애초 이러한 그럼을 내다본 전략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실제로 그러한 전략이었는지 여부는 소수만 알 수 있다. 또 그러한 전략을 그렸더라도 앞으로의 최종 결정은 단 한 명, 정몽구 회장이 한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 설득력과 청사진 필요

삼성과 현대차의 공통점은 오랫동안 거론되어온 후계자가 있지만 지분승계는 한참동안 지지부진했다는 점이다. 삼성이 총수 구속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은 건 이전까지 경영권승계를 제대로 진척시키지 못해오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란 암초를 만난 탓도 있다. 현대차는 승계측면에선 삼성보다 오히려 갈 길이 더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에겐 미래 지배력이 될 지분(에버랜드, 현 삼성물산)과 이를 위한 실탄(삼성SDS)이 모두 있었지만, 정의선 부회장에겐 지배력이 될 지분(현대차·모비스)이 미미하거나 없고, 실탄(글로비스·현대엔지니어링)도 충분한 편은 아니다. 이마저도 글로비스 지분매각이 2년 전 한 차례 홍역을 겪었듯이 불투명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을 현대건설(000720)과 합병시키려해도 국민연금(11.3%)과 외국인(30.6%)이 버티고 있는 상장사 현대건설의 주주 동의가 필요하다.

현대차는 최근 시장과의 소통에 몇 차례 실패했다. 글로비스 지분매각은 한차례 잡음 속에 지분을 2년간 팔지않겠다는 약속을 한 끝에 겨우 재도전에 성공했다. 삼성동 한국전력부지 인수에 많은 기관투자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배구조 개편의 시나리오가 어느 쪽이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과정에서 주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논리와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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