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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밀리고, 슈퍼마켓 눈치..빙과업계 폭염에도 '이중고'

함정선 기자I 2016.07.28 07:40:59

불볕더위 지속 성수기에 빙과업계 ''울상''
아이스커피 밀려 판매 감소..5월 시장 2~3% 축소
슈퍼마켓·대형마트 ''미끼상품'' 전략에 이익도 포기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연일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성수기를 맞은 빙과업계가 오히려 최악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아이스 커피에 밀려 시장이 쪼그라든데다 마트, 슈퍼마켓에서 ‘미끼 상품’으로 이익마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월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5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전년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으로 대부분 소매 판매가 부진했던 것을 고려하면 최악의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편의점과 슈퍼 등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사람들이 줄어든 탓이 크다. 커피전문점에 저가 생과일주스 전문점까지 그 수를 늘리며 아이스크림을 대체할 제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점심 식사 후 직장인들도 빙과 제품을 즐겨 먹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커피전문점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신다”며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시장은 축소되는데 식품 중 가장 할인율이 가장 큰 것도 문제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는 빙과 제품을 고객을 이끄는 이른바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50% 할인은 기본이다. 일부 슈퍼마켓 등에서는 ‘누가바’ 제품이 200원에 팔리기도 한다. 인기 제품인 ‘메로나’ 가격은 수년 전부터 4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빙과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출고가를 낮추고 있다. 빙과업계 가격 구조는 중간 유통마진을 맞추기 위해 출고가를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매출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제조사가 출고가를 내려서라도 제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빙과 제품은 브랜드를 보고 구매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4개 회사가 경쟁하는 시스템에서 나홀로 정가를 고집하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러니 빙과 업체들의 실적도 좋을 수가 없다. 해태제과는 빙과 부문에서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빙그레도 성수기가 시작된 2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3~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본격적인 성수기인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그리 크지 않다.

그나마 롯데제과는 스낵 부문에서 1위인 저력으로, 롯데푸드는 육가공과 간편식 등 다른 분야에서 빙과 이익하락을 상쇄하는 중이다. 한편에서는 빙과 매출 감소가 지속될 경우 해태제과 외 기업들의 빙과 사업도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빙과 제품에 대한 할인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이 줄어드니 제품 연구개발에 쏟을 비용이 없어 좋은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며 “가격이 자꾸 내려가니 중량을 줄이는 등 소비자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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