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 결정 이후 급락했던 영국 파운드화 추락이 잠시 진정되나 싶더니 다시 하락세를 재개했다. 간밤(현지시간 5일) 미국 달러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1파운드당 1.3022달러까지 하락하며 1.3달러선을 깨고 내려갈 기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투표 이후에만 무려 13% 가까이 폭락한 파운드화는 이로써 지난 1985년 이후 근 3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유로화와 비교해도 파운드화는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부양책을 꺼내들었지만 그 약발이 거의 먹혀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BOE는 금융정책위원회에서 은행들의 경기대응완충자본 비율을 0.5%에서 0%로 낮추기로 전격 결정했다. 경기 악화나 또다른 금융위기에 대비해 은행들이 적립해야 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의무를 없앰으로써 은행들이 각 경제주체들에게 더 많은 대출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BOE도 이번 결정으로 인해 영국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에 실시할 수 있는 대출 여력이 최대 1500억파운드(약 226조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은 부양책 그 자체보다는 부양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브렉시트가 야기할 수 있는 거대한 신용경색(credit crunch)과 그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 말이다. 마크 카니 BOE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브렉시트 사태에 대비해) 미리 마련해둔 대응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했지만 “BOE의 대책으로도 경제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전히 상쇄시키진 못할 것이며 영국 경제는 아마도 상당한 둔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경제산업조사센터(Cebr)가 영국내 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12개월간 경제에 대해 비관하는 기업들의 비중이 브렉시트 결정전 25%에서 49%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게 브렉시트의 후폭풍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면 주식시장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이 경험하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과 가뜩이나 영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엄청난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인해 파운드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더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는 가운데 BOE가 이처럼 부양책을 계속 쓰게 된다면 달러화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계속 하락압력을 받게 된다. 일부 투자은행(IB)들이 점치는 `1파운드=1.2달러`를 머지 않아 볼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브렉시트 이후 증시 되돌림이 너무 빨랐다는 징후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사참고: 7월5일자 [증시키워드]브렉시트 되돌림과 속도조절) 파운드화 하락속도를 지켜보면서 다시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겠다. 주요 선진국들의 계속된 통화부양정책과 지연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부양정책 등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에 큰 기회다. 괜시리 서둘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