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법 도입을 앞두고 일본 기업구조조정 전문가 3명에게 한국의 원샷법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일본은 1999년 산업활력법을 모태로 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원샷법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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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초 버블경제가 꺼진 이후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일본정부는 1999년 산업활력법, 2013년 이를 강화한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잇달아 제정해 기업의 인수·합병(M&A)를 촉진했다. 특히 산업활력법은 과잉공급 구조에 있는 사업분야의 산업활력 재생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원샷법이 목적으로 하는 대상과 수단이 비슷하다.
산업활력법 제정 당시 산업경제성에 근무했던 이사카와 카즈오(石川和男) 전 관방기획관은 “정부가 석유·화학, 철강 등 일부 업종이 과잉공급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고 과잉공급을 해소한 방법의 하나로 법 제정에 착수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와세다대학 파이낸스연구소 고문은 당시 일본의 선택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일본)정부가 산업을 구하려고 하다가 산업구조조정이 늦어지고 말았다”며 “한국이 일본에게 배워야 할 것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책에 의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엘피다 사태 재연되선 안돼…적극적 산업재편 추진해야
그는 일본 반도체기업인 엘피다와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일본 최대 D램칩 제조사였던 엘피다는 통합·합병(M&A)만으로는 기업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실패사례다. 미쓰비시전기, 히타치제작소, NEC가 합쳐지면서 2003년 탄생한 엘피다는 결국 10년 후 4400억엔이라는 빚을 껴안고 파산했다. 2010년 세 기업의 비(非) D램 부문이 합쳐서 만들어진 르네사스 역시 의도했던 통합의 효과는 얻지 못하고 2012년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의 자금지원을 받았다. 르네사스는 올해 흑자로 전환, 민영화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경쟁력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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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 전 관방기획관은 “결과적으로 산업활력법이 제정된 후 684건의 사업재편계획이 승인됐고 대부분 살아남았지만, 경쟁력 떨어진 기업들이 존속하다 보니 산업 자체가 재편되는 기회는 놓친 게 사실”이며 “시장에 의한 적극적인 산업 재편과 평화 중에 일본은 후자(後者)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에 의지말아야”…기업의지와 노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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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야마 선임연구원은 “90년대 버블경제가 무너진 후, 일본정부는 지금 생각해보면 공업도시 확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해오면서 점점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켰다”며 “정부 개입은 최대한 줄이고 시장이 스스로 산업 재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