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1. “암살’, 이 영화는 아마 뜨겁게 사랑받을 것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23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
▶원 원내대표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향해 불쑥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간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지난 23일 협상 때였죠. 웬 뜬금없는 영화 이야기냐고요. 바로 이 원내대표의 조부가 독립운동가였던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암살은 1930년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우당 선생은 이 시대의 항일 무장독립 투쟁 열사였습니다. 원 원내대표는 당내 모든 의원들에게도 이 영화를 권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추경은 시기가 매우 중요하고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원 원내대표의 측근은 “그는 부드러운 협상파”라면서 “험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3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처음 그가 가슴에 ‘금배지’를 달지 않고 국회 본관을 중앙 자동문으로 들어서자 경비원이 막아섰다고 합니다. 보좌관은 양측 회전문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는 거였죠. 그만큼 젊었고 또 젊어 보였습니다. 이후 그는 머리카락을 아예 뒤로 넘기며 다녔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올백 ‘포마드’ 머리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금세 ‘센’ 이미지가 더 강하게 각인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요즘 파마머리를 선보입니다. 한층 부드러운 이미지를 내기 위해서겠죠. 측근의 말대로 그가 부드러운 협상파인 건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서슬퍼런 협상장을 녹인 영화 이야기는 충분히 재치있었다는 평입니다.
2. “68일 만에 열린 당정청 회동은 실질적으로 ‘청청청’ 회담이었습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23일 당 정책조정회의>
▶당정청(黨政靑)은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의 준말입니다. 청청청(靑靑靑)은 청와대와 청와대, 청와대라는 뜻 정도 될까요. 지난 22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두달여 만에 고위 당정청 회동이 열렸습니다. 새누리당측 김무성 대표와 정부측 황교안 국무총리, 청와대측 이병기 비서실장 등 여권 최고위 인사들이 12명 참석했습니다.
비공개 회동에서는 노동개혁 등 박근혜정부의 숙원사업들을 중심으로 논의됐고, 최대현안 중 하나인 국정원 해킹 사찰의혹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 원내대표는 “일심동체, 일체감, 운명공동체 등 낯간지러운 말들이 넘쳐 났다”고 했습니다.
청청청이라는 말은 이 때 나왔습니다.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하는 당정청 관계가 너무 한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새누리당도 곧 청와대이고, 정부도 곧 청와대라는 뜻 아닐까요. 야당에서 협상 파트너인 여당을 ‘청와대 출장소’라고 비꼬는 이유입니다.
“포청천도 아니고 청청청이 된다는 것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당까지 장악했다는 것”(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라는 관전평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야당의 비판이 적지 않은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