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세무당국이 지난해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반대했던 극우 성향의 유권자 운동단체인 티파티(tea party)와 관련된 단체들에 대해 표적 세무조사를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미 국세청(IRS)이 이같은 사실을 시인하자 공화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은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로이스 G. 러너 미 국세청 담당국장은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자청해 “티파티와 그와 관련된 75개 단체에 대해 면세자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공식 인정하면서 “이는 절대적으로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러너 국장은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면세자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수많은 비영리단체를 추리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본의 아니게 ‘티파티’나 ‘애국자(patriot)’와 같은 단어가 포함된 단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는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행한 것이 아니며 특정한 정당을 염두에 둔 것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러너 국장은 “이번 이슈와 관련해 백악관은 물론 다른 행정부내 기관들과도 전혀 접촉한 일이 없다”고도 말했다. 국세청은 현재 행정조직상 미 재무부 산하기관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 미셸 L. 엘드리지 국세청 대변인은 “이같은 초기 실수도 작년에 이미 바로잡았다”며 “IRS 직원들에게 관련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정파적 견해에는 영향을 받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보수단체들이 포함된 300개 단체의 면세자격 여부 조사에서 130곳이 승인되고 25곳은 스스로 신청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같은 국세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측은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워터게이터 사건 이후 독립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리처드 닉슨과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집권까지도 국세청을 통해 정적들을 공격하는 관행들이 유지됐던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은 “국세청이 정적들을 겨냥했다고 시인했다”며 “20세기 미국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권력 남용”이라고 비난했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는 사과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앞으로 이같은 정치적 폭력이 국세청이나 다른 정부기관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미국인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백악관은 투명하고도 범정부 차원에서의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내 최대 티파티 단체인 ‘티파티 패트리어츠’는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국세청 관련자들의 해직처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니 베스 마틴 대표는 “국세청은 가장 혐오스럽고도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권력 남용을 보여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부 차원에서의 조사를 약속했다.
카니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우리 모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이같은 조치들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도 철저한 수사와 그에 합당한 시정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세청에는 정무직 자리가 2개 뿐일 정도로 행정부로부터 독립돼 있는 권력기관”이라며 백악관이나 여타 행정부의 관련 의혹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