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김도년 경계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한 주가조작 근절 대책이 법무부와 금융위원회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주가조작 조사와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보단 서로의 주도권에 집착하다 보니 주식시장에도 되레 악영향이 우려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달 중 ‘주가조작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법무부, 검찰 등 관련부처와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세부대책 마련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은 주가조작 조사 속도와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원론에는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과징금과 특별사법경찰권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뚜렷하게 입장이 갈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 조사권한 강화와 과징금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조사공무원제를 도입하거나 금감원 조사담당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메신저나 카페 등에서 오가는 사이버 풍문 유포자의 신원만 조회해도 조사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는 얘기다. 특히 부당이득을 100% 환수해 주가조작의 동기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과징금 제도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무부는 현재 한국거래소와 금감원, 금융위로 이어지는 조사체계를 사법당국의 지휘 아래 둬 사법당국이 주가조작 근절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별사법경찰권 역시 같은 맥락이다.
양측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이유는 주도권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특별사법경찰권을 도입하면 금융위는 주가조작 근절 주무부처로서 위상을 사법당국에 뺏길 수 있다. 법무부 역시 과징금이 도입되면 형사 처벌의 약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양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주가조작 대책이 실효성보다는 서로간 이해관계만 조율하는 수준에서 봉합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작 주가조작은 제대로 잡지 못하고, 시장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창한 대책을 새로 만들기 보단 당장 턱없이 부족한 조사인력과 권한을 확대하는 등 기존 시스템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안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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