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연회비 1억원대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부클리닉에 다녔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강남 일대 ‘초고가’ 피부관리실과 피부과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병원업계에 따르면 실제 강남에는 연회비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심지어 억대를 호가하는 피부과들이 성업 중이다. 이들 피부클리닉은 연예인, 정치인, 재벌가 사모님 등 극소수의 최상류층 고객(VVIP) 회원만을 대상으로 부의 상징이자 차별화된 그들만의 사교장소 역할도 하고 있다.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욕망은 차별화된 피부관리를 받을 수 있는 초고가 피부과를 등장시켰다는 분석이다.
나 후보 덕분에 유명해진 D피부클리닉의 경우 수많은 초고가 피부클리닉 중 하나로, 보톡스 기법의 한 종류인 ‘더마톡신’ 전문점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1억원으로 보도된 회비에 대해 D피부클리닉 측은 3000만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D피부클리닉의 김모 원장은 지방대학을 졸업했으며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지만 보톡스 시술 능력이 뛰어나 많은 유명인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실제로 D피부클리닉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톱스타인 여배우 K씨도 다녔던 것으로 확인됐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클리닉에는 ‘술과 담배를 끊으라’는 김 원장의 지시를 따르는 회원만이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득남한 유명 남자 배우 J씨는 원장의 치료 지침을 따르지 않아 회원자격을 박탈당했다고 클리닉 관계자는 전했다.
억대를 호가하는 연회비로 유명한 B클리닉은 유명 걸그룹의 피부관리 장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10~20대 젊은층은 연회비 3000만~5000만원에 회원 가입을 할 수 있지만 고령이거나 고급 관리가 필요한 경우 연회비가 2억4000만원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제로 운영되는 B클리닉은 기존 회원의 소개를 통해서만 회원에 가입할 수 있는 폐쇄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예인과 정치인들이 주고객층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폐쇄성과 동질성을 바탕으로 B클리닉은 피부관리만 받는 곳에 머물지 않고 회원들을 위한 사교의 장 역할도 하고 있다. 회원 김모씨는 “몇몇 회원끼리 밀폐된 공간에서 피부관리를 받으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면서 바깥에서 모임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C병원이 청담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피부클리닉도 억대 보증금과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연회비를 받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6월 가입비 1억5000만원, 연회비 450만원에 창립 회원을 모집하자 곧바로 300명이 넘는 회원이 몰려들어 일부 신청자는 가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C병원 측은 “이곳에서 피부관리뿐만 아니라 건강 검진, 운동, 스파 등도 즐길 수 있다”며 “연회비는 가입 10년 후 회원들에게 돌려준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고급 건강검진과 함께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관리와 스파, 두피관리를 받을 수 있다.
고가의 관리가 아니더라고 정치인들의 피부과 출입은 이미 보편화 돼 있다. 청담동의 K피부과는 바쁜 정치인을 위해 왕진서비스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피부과 원장이 청와대로 왕진을 가는 바람에 병원을 비우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미모의 여의사가 운영하는 클리닉으로 이름난 A클리닉은 청와대 관계자의 부인 뿐 아니라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찾는 곳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강남에서 피부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B원장은 “수천만원짜리 에르메스 핸드백을 사기 위해 수백명이 대기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가방 하나에도 그 정도를 쓰는데 얼굴을 위해 수억원을 쓰는데 대해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 측은 언론매체의 폭로 이후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의 노화치료를 위해 피부클리닉을 찾았다고 해명하며 논란을 잠재우려 시도하고 있다.
서천석 대한소아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는 이에 대해 트위터에서 “다운증후군 아이들을 많이 만나지만 청소년기에 항노화 치료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급하게 (논란을 잠재우려고 하다보니) 잘못 갖다 붙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