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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잃어버린 3년..남은 게 없다

윤진섭 기자I 2009.06.28 18:30:49

2006년 말 인수당시 재무건전성 업계 1위
주가부양 위해 빌딩 등 핵심자산 매각
대한통운 인수로 현금성자산 대폭 줄어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047040) 인수 3년 만에 재매각키로 했다. 이번 재매각 결정으로 대우건설 인수에 관련된 이해당사자 대다수가 손실(캠코만 제외)을 입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대 피해자는 대우건설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편입된 3년 동안 대우건설은 험난한  세월을 보냈다고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우건설은 매각이 본격화된 2006년 한해 매출액 5조7291억원, 경상이익 6431억원, 당기순이익 4387억원을 기록했다. 1973년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로 도약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편입된 직후 불어 닥친 국내 주택경기 침체,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해외건설 시장 위축 등으로 대우건설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텃밭인 나이지리아의 경우 인질 납치 등이 겹치면서 추가 수주를 못해 대우건설이 2007년~2008년 해외 건설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우건설은 내부적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위한 주가 끌어올리기에 집중하면서 알짜 자산을 매각해 자산 건전성이 흔들리는 문제에 직면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온갖 특혜논란 속에 2006년 12월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당시 알려진 인수 가격은 6조4000억원이었고, 금호아시아나는 부족한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18개 금융기관에서 3조원 가량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에 담보로 대우건설 주식에 풋백옵션(매도 선택권)을 제시했는데, 결국 이 풋백옵션은 3년 내내 대우건설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괴롭히는 원인이 됐다. 채권단에 제공한 풋백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3만2000원으로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이에 미치지 못하면 주가 차액만큼을 금호아시아나가 채권단에 보상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대우건설은 그동안 주가 부양을 위해 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2007년 10월 모건스탠리 부동산펀드에 넘긴 서울역앞 대우센터빌딩 사옥 매각 대금 9600억원 가운데 4614억원을 들여 1357만주를 주당 3만4000원에 유상감자했으며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 주가는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로 한 때 60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좀처럼 오르지 못했다. 지난 주 대우건설 종가는 풋백옵션 기준가에 한참 못 미치는 1만2850원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전략에 따라 전격적으로 진행된 대한통운 인수 역시 대우건설 자산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2008년 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을 4조1040억원에 인수할 때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은 각각 1조3970억 원과 1조6457억 원을 투자했다.

대한통운이 유상감자를 단행하면서 투자금의 일부를 회수했지만 한 때 1조원이 넘던 현금성 자산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대우건설은 자금난에 시달렸다.

여기에 주가를 올리기 위해 대우건설이 무리하게 수주 확대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이 불투명한 최저가 사업 등을 대거 수주했다는 점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난을 일부 해결해 줄 것으로 여겨졌던 총 5조50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알주르 민자 발전·담수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으면서 대우건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대우건설은 이 사업을 수주해, 순수 공사비 3조원 중 상당부분을 선급금으로 받아 자금난을 해결할 계획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3년 동안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하고,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는 데 사용하는 등 사실상 빈껍데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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