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덴파사르=이데일리 손희동 기자] 한국이 아시아 역내공동기금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에서 16%에 해당하는 192억달러를 부담키로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제9차 한중일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중국의 쉐쉬런 재정부장, 일본의 요사노 가오루 재무장관 등과 함께 세 나라의 공동기금 분배 규모에 합의했다.
한국이 전체 1200억달러중 16%인 192억달러를 지원하고, 중국과 일본은 동일하게 32%를 부담, 384억달러를 내게 된다. 이로써 한중일이 전체 분담금액의 80%인 960억달러를 지원하고, 아세안 회원 10개국이 240억달러를 부담한다.
◇ 분담규모로는 세번째..윤 장관 "위상 높였다"
한중일이 지원하기로 한 960억달러의 분담 비율은 1:2:2로 한국은 아시아 국가중 세번째로 많은 금액을 부담하게 됐다.
3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외환보유액 등 경제규모를 감안한 액수라지만 한국으로선 적지 않은 액수를 감당해야 한다. 기회일수도 있지만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3국간 GDP 비중을 보면 작년 기준으로 일본 48%, 중국 43%, 한국은 9%이며,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 현재까지 중국이 61%, 일본이 3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7%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그동안 주도권 다툼을 벌이던 일본과 중국은 아시아 내에서 사실상 공동지분을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양국간의 입장을 조율하는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이 있기 전까지 중국과 일본은 분담비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역할이 향후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일본은 오전 중 자국내 취재진에게 뿌린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이 부담하기로 한 384억달러 중에는 홍콩이 내게 될 42억달러가 포함돼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과에 대해 만족한다"면서 "이제 한국도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위상에 걸맞는 기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亞 금융위기시 안전판 보유
CMI는 지난 2005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회담에서 합의된 역내 금융위기 예방시스템이다.
양자간 통화스왑계약 수준으로 논의돼 오다 지난 2006년부터는 보다 결속력있는 단일의 공동펀드로 격상됐다. 자금지원규모도 395억달러에서 지난해 800억달러로, 그리고 지난 2월에 다시 1200억달러로 늘어났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와 함께 열린 이번 아세안+3 재무장관 회담에서 CMI 분담금 규모에 합의함으로써 아시아 각 국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미연의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안전판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윤 장관은 "세계 경제위기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는 공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과 일본은 물론 아시아 각 국과 정책공조 노력을 펼쳐나갈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합의는 분담금액 만큼 출자하는 형태가 아니라 해당국의 요청이 있을 때 외환보유액 중 분담금 한도 내에서 지원하게 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국내 외환보유고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192억달러를 전액 빌려준다 하더라도 한국은 이 금액만큼 다시 지원 받을 수도 있다. 분담금 대비 인출배수가 1로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조건이 나은편이다.
아세안 국가들과 한중일 3국은 이밖에도 5억달러 규모의 역내채권투자기구(CGIM)설립 등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공동 노력키로 했다.
CGIM(Credit Guarantee and Investment Mechanism)는 아시아 역내 자금이 지역내로 환류될 수 있도록 역내에서 발행된 채권에 대한 신용보증을 제공하기 위한 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