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BoMS그룹의 이코노미스트인 SK증권 오상훈 투자전략팀장은 "10월 들어 부동산 과열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콜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겠지만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발발 시점과 맞물릴 경우 통화당국은 인상 여부를 놓고 또다시 딜레마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저금리 및 과잉유동성 기조의 장기화로 부작용이 나타나고있고 인플레 위협도 커졌다"며 "채권시장 무게중심은 점차 경기요인 보다 점차 인플레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다.
오 팀장은 "채권시장에서는 수요우위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나 향후 바이백 국고채 및 예보채 차환발행분 등의 5년 이상 장기물 비중 확대로 시장 듀레이션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장기물 수익률 곡선은 장기물 공급 증가와 인플레 위협으로 다소 가파른 추세로 기울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회복 속도둔화는 안팎으로 나타나
최근 미국경제는 생산지표 둔화세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수요지표인 자동차 판매와 주택시장 만이 미약한 경기회복세를 지탱하고 있다. 그 동안의 소비자신뢰지수 등 심리지표 악화현상이 지난 7월 말 이후 ISM 등 실물지표 악화현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말에서 상반기까지의 경기회복 신호는 9.11테러 사태 이후 과도한 내수부양에 따른 일시적 경기회복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미 경기회복의 최대 장애요인은 지난해 시행되었던 감세조치 및 공격적 금리인하 조치로 인해 현재 재정적자 및 과잉유동성 상태로 전환되어 추가적 부양수단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경기 침체기에 누적된 억압수요가 지난해 말 자동차 무이자판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이미 소진된 상태로서 앞으로 경기회복을 이끌 디딤대 마저도 없어졌다는 점도 경기 불확실성 요인이다.
이렇듯 세계경제는 그 동안 성장엔진 이었던 미국, 유로, 일본의 경기 견인력이 약화되면서 일부에서는 향후 디플레 압력을 방지하기 위한 경기부양 차원의 정책실시에 대한 요구도 대두되고 있다.
국내경제도 지난 7월 생산 증가세가 기대보다 미진한 가운데 6월, 7월 2개월 연속으로 설비투자 감소세가 지속되었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및 선행지수 전월비 증가율도 마찬가지로 2개월 연속 하향세를 나타내어 지난 2분기 이후 전반적인 경기속도는 감속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설비투자 회복 장기간 지연..대내외 수요도 악화
금년 들어 경기상향 모멘텀은 반도체 및 서비스 산업과 수출 쪽이 견인하여 왔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외견상으로는 1/4분기 3.9%, 2/4분기 6.8%, 7월에는 8.9%로 생산확대세가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0.6%에 이어 금년 7월까지 평균 3% 대에 머물고 있다.
여타 지표와는 대조적으로 수출은 1~8월 누계기준으로 2.1%의 증가세로 반전되고 일 평균 수출규모도 지난 1월 4.6억불 대에서 6월 6억불, 8월 5.8억불대로 꾸준히 개선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세계경기의 불확실성, 원화환율의 절상 등 비우호적 여건 하에서도 수출신장세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은 주력제품인 반도체, 컴퓨터(LCD포함), 휴대폰, 가전, 자동차 등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 및 완만한 제품단가 상승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유가향방이 불확실성 변수이기는 하나 금년 수출입 증가율은 모두 7~8%선, 무역수지는 100억불 내외, 경상수지 50억불 내외수준이 예상된다.
수요동향을 나타내는 출하(내수용, 수출용), 설비투자, 건설수주 등의 지수추이를 보면 지난 3월을 정점으로 7월까지 일제히 하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과거에 수출과 비례적으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 왔던 설비투자는 최근 수출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부진세가 지속되고 있다.
당초 전망대로라면 최근 재고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고, 본격적인 수출호조세가 지속되는 경우 기업들의 신규 설비투자도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 들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설비투자부진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IT업종의 과잉 설비능력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그 동안 공급과잉에 따른 제품재고 누적 분은 금년 들어 크게 해소되어 왔지만 근본적으로 그 동안 누적되어 온 IT부문의 과잉설비 능력이 설비투자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최근 대내외 수요가 약화되면서 이들 업종의 가동률이 하락추세 선상에 있어 기업들 신규 설비투자 시기가 상당 기간 지연될 우려 마저도 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 부작용..인플레 위협 커져
이와같이 국내경기는 2분기 이후 경기속도가 감속단계로 접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성장세는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편에서는 저금리 및 과잉 유동성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른 부작용이 점차 노출되면서 부동산 과열 및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점차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성장세 둔화 현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인플레 압력 고조는 아직 우리나라에 국한된 국지적 현상이어서 통화정책 초점도 성장침체 방지와 인플레 방지라는 상반된 처방을 놓고 딜레마에 처해 있다.
그 동안 물가안정 추세는 환율하락세에 의한 수입물가 안정, 원유 및 원유가 안정세, 농축수산물 가격의 경우 지난해 높은 수준에 따른 기술적 반락요인에다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지연 및 인하 노력 등에 기인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동안의 안정 요인들이 모두 불안요인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추가적인 환율 하락세가 정체된 가운데 국제유가는 전쟁 프리미엄까지 가산되어 배럴당 30불대에 육박하고 있고, 원자재가격도 기상이변에 따른 공급불안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수해 및 태풍영향으로 물류 난 및 추석요인과 맞물리면서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 동안 안정세를 유지하여 왔던 공공서비스 요금도 정부의 이동통신 요금, 전기요금 인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과 맞물린 대중교통 요금, LPG 및 수도료 인상요인 등이 잠재하고 있다.
개인서비스 요금도 대선 전 행정력 이완을 틈타 7~8월에는 전년동월비 4%선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소비자물가 중 13%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집세가 금년 중 전년동월비 6%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구조적인 물가불안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금년 연간으로는 3%선에서 안정된다고 전제하더라도 금년 말 예상치의 전년말 대비 상승률이 4.5%선을 상회하고 있어 내년 들어 정책당국의 물가관리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콜 인상은 여전히 `딜레마`..장기금리는 상승 전망
채권시장은 당분간 전세계적인 경기둔화 현상에 무게중심이 두어져 증시와 연동된 박스권 장세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문제는 아직 전세계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내경제에 국한된 사항이므로 우선적으로 경기추세와 미 채권시장 흐름이 단기적인 흐름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아울러 9월 콜 금리 수준이 동결되면서 향후 인플레 우려와 통화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채권시장에 어느 정도 선 반영된 부분도 있다. 10월 들어서 부동산 과열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콜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발발 시점과 맞물리는 경우 통화당국은 콜 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또 다시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성장침체의 방지 쪽에 초점을 둘 경우 대외적 충격 완화 차원에서 통화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 반면 인플레 방지 및 저금리 부작용 제거에 정책초점을 둘 경우 현 과잉 유동성을 적정수준으로 복귀시키고 시중자금의 투기화 방지와 자금흐름의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 콜금리 수준을 즉시 상향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금년 말로 가면서 채권시장에서의 무게중심은 경기요인 보다 점차 인플레 쪽으로 옮겨가 채권시장에는 비우호적 여건이 전개될 소지가 커 보인다. 먼저 금년 말까지 경기 모멘텀은 약화되는 추세에 있으나 금년 4분기 시점은 내년 경기 향방성이 선 반영되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 인플레 상승압력은 현재 주로 공급측 요인에서 야기되고 있으나, 내년도 완만한 경기회복을 전제할 경우 수요압력까지 가세하여 중기적인 이슈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콜금리 인상은 유보되더라도 통화정책 기조는 과잉유동성 제거차원에서 중립기조에서 이미 완만한 긴축기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채권수급차원에서도 현재 수요우위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나 향후 바이백 국고채 및 예보채 차환발행분 등의 5년 이상 장기물 비중 확대로 시장 듀레이션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Yield Curve는 중기적으로 단기물의 경우 콜금리 유지 또는 인상 가능성으로 하방 경직성 강화되는 가운데 장기물의 경우 인플레 우려와 장기물 공급 증가 등으로 다소 가파른 추세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