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 코인은 중앙은행의 보증 없이도 가치를 유지한다고 알려졌지만 예금보험 보호 대상이 아니며 발행사가 부도나면 법적 보호도 기대하기 어렵다. 사용자는 이를 ‘디지털 현금’처럼 인식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발행사의 운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고 공공성 또한 결여해 언제든 디지털 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스테이블 코인이 대중적으로 사용된다면 은행의 예금이 민간 디지털 자산으로 이동하는 ‘탈중개’(disintermediation)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 이러한 탈중개가 은행권의 과점을 깨고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자금 이동은 은행의 대출 여력을 줄여 실물경제에 대한 신용공급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통화정책의 효과성까지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스테이블 코인은 탈중앙화 금융(DeFi) 플랫폼과 결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생태계는 고객확인(KYC)이나 자금세탁방지(AML) 등 기본적인 금융 질서를 적용하기 어렵다. 민간 발행 스테이블 코인이 현 규제 밖의 영역으로 확산한다면 이를 금융당국이 실시간으로 추적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불법 자금 은닉, 자산 도피, 국경 간 불투명한 자금 흐름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국제 규제 공조를 약화시키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도와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은 결코 지속 가능한 혁신이 될 수 없다. 모처럼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통해 화폐분야 혁신 시도를 제도화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타협 없이 선행해야 한다. 우선 발행 주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수적이다. 준비금의 실시간 투명성 확보(실시간 공개와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그리고 지급 불능 사태에 대비한 은행 수준의 엄격한 자본 요건 강화 등 건전성 규제가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 수용성과 위험에 대한 사전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 대안으로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민간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금융 안정과 공적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인지에 대한 포괄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확인해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술 기반의 금융 혁신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공공성을 지닌 화폐의 성격을 본질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효율성이나 편의성에 집중할 것이 아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 안정은 결국 국가가 오랜 기간 쌓아온 공적 신뢰를 차용한 것이며 따라서 그 운영 또한 엄격한 공적 감시와 규율 아래 놓여야 한다. 우선적인 제도화보다는 다양한 대안의 혜택과 위험을 차분히 검토하고 공익과 혁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