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주 4일제 홀로 역행.. 6일 근무하는 '이 나라' 시끌

양지윤 기자I 2024.07.03 07:45:17

그리스 1일자로 주6일 근무제 시행
개정 노동법에 주 48시간 연장근무 가능
EU 회원국 주 4일제 확산과 배치
그리스 총리 "근로자 친화적"
"노동자들에게 중대한 후퇴"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그리스가 유럽연합(EU) 국가 중 처음으로 주 6일 근무제를 도입해 논란을 빚고 있다. 생산성과 고용을 늘리기 위해 일부 기업에서 근무 일수를 늘렸지만, 주당 근무 시간을 단축하려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사진=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은 그리스가 지난 1일부터 시행한 주 6일 근무제가 세계적인 추세를 거슬러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지난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의 직원들은 하루 2시간 추가 근무나 8시간 추가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새 노동법을 마련하고 지난 1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체는 기존 주 40시간에서 주 48시간 근무를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음식 서비스와 관광업 종사자는 주 6일 근무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친기업 성향의 키리아코스 미토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번 조치가 “근로자 친화적이며 성장 지향적”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은 초과 근무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직원들을 지원하고, 미신고 노동 문제를 단속하기 위해 고안했다.

그러나 노동조합과 정치 전문가들은 새 법안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르고스 카삼베키스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 유럽 및 국제 정치학 강사는 “그리스 정부의 노동법 도입이 이미 EU에서 가장 긴 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중대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그리스 근로자들은 이미 미국, 일본과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 국가보다 근로 시간이 길다. 그리스 근로자들은 2022년 평균 1886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평균 1811시간, EU 평균 1571시간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존 오브레넌 아일랜드 메이누스 대학교의 EU 법학 교수는 “그리스인들은 이미 유럽에서 가장 긴 주당 근무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제 그들은 그리스 (정부)의 결정 이후 6일을 일해야 할 수도 있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대부분의 문명 국가에서 주 4일 근무제로 전환하는 추세에 역행하는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올해 초 싱크탱크 오토노미(Autonomy)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주 4일 근무제 시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업이 이 정책을 영구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에 참여한 모든 프로젝트 관리자와 최고경영자(CEO)는 주 4일 근무제가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또한 절반 이상이 그 영향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추가적인 휴일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거나 특정 목표 달성을 조건으로 제공되는 회사의 직원들은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CNBC는 런던 주재 그리스 대사관 대변인이 주 6일제 근무제와 관련해 즉시 논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