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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없어서 괴로워하는 암 환자들을 많이 봤어요. 왜 같은 타깃으로 개발됐는데도 모든 약이 잘 듣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죠. 환자에게 필요한 새로운 약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단순히 타깃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유전자를 분석하면 예측 가능한 약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했죠.”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였던 김이랑 온코크로스(Oncocross) 대표의 말이다. 온코크로스는 전사체를 AI로 분석해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하는 방식의 AI 신약 플랫폼을 개발한 기업이다. 2015년 설립돼 지난해 이크레더블과 SCI평가정보에서 각각 A와 BBB 등급을 받으며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치열해진 AI 신약 개발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온코크로스는 약물 ‘개발’에 방점을 찍는 것을 회사 경쟁력으로 판단한다. 김 대표는 “많은 AI 신약 개발사는 약물 타깃을 ‘발굴’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전통적인 약물 발굴 방법인데, 이것만으로는 이 약물이 효능을 나타내 정말 약이 될지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우리는 실제 약이 될 만한 것들을 찾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확언은 실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회사 설립 후 플랫폼을 개발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동안 AI를 잘 학습시킬 빅데이터 구축하는 데 역량을 동원했다. 창업과 동시에 자체 연구실을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질환에 들을만한 약을 찾고, 기존 약으로 간 경화에 대한 실험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실제로 약물을 사서 정말 우리가 예측한 것처럼 세포가 변하는지를 실험실에서 확인했다”며 “약을 넣었을 때와 안 넣었을 때의 유전자 패턴은 어떻게 다른지 등을 파악해 빅데이터를 구축해갔다. 이 약물은 이 질환에 대한 약은 아니었지만 잘 매칭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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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3년간 구축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플랫폼 3개를 보유하고 있다. 전사체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약물의 최적 적응증을 찾는 ‘랩터(RAPTOR) AI’, 항암제 후보물질의 최적 암 적응증을 탐색하는 ‘온코-랩터(ONCO-RAPTOR) AI’, 원발부위불명암의 원발부위를 진단하는 ‘온코파인드(ONCOfind) AI’다.
김 대표는 “대부분 제약·바이오 기업은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복합제를 만들면 잘 팔리겠지’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랩터 AI는 이 약은 어떤 약과 혼합하면 시너지가 나는지 찾아줄 수 있다.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약물이 ‘스펙’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약물재창출 방식은 한 약물에 대해 수익을 극대화하길 원하는 기업들에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 성공 가능성이 큰 약들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기존 방식대로 타깃 중심으로 약물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상에 잘 들어가 실제 상용화까지 될 수 있는 약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