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시장은 봉쇄와 부양책이란 두 축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봉쇄를 취해 경기가 위축되면 부양책으로 소비를 끌어올려 경제를 활성화하는 형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는 자연히 언택트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백신 개발이 효과를 발휘하면 봉쇄와 부양책이란 조합이 해체될 것이다. 경제가 원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인데 그 과정에서 금융과 실물 경제의 반응이 다른 형태로 나올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백신 개발의 영향이 약해져 잘못하면 백신 접종과 함께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스트라제네카에서 모더나까지 백신이란 재료가 여러 번 주가에 반영된 만큼 실제 백신 접종이 이루어져도 새로운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 상황을 선반영하는 주식의 속성을 감안할 때 현재 높은 주가가 백신 완성이란 재료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금융시장에서 백신 개발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건 백신이 완성된 하루 이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후에는 개별 기업의 재료로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실제 접종이 이루어져 환자 발생이 줄어들 경우 경기 회복의 동력이 될 수 있다. 3분기 미국의 소비 증가는 내구소비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인테리어와 가전제품을 바꾸는 게 소비의 핵심이었다. 미국 개인소비의 약 70%를 차지하는 서비스 소비는 올해 3분기에도 지난해보다 6.4% 줄었다. 다른 선진국의 구매관리자(PMI) 서비스 지수가 하락했다. 외부 활동이 자유로워지면 ‘컨택트’ 소비가 되살아나게 되는데 개인소비에서는 ‘컨택트’ 소비가 ‘언택트’ 소비보다 비중이 월등히 높아 경기회복을 이끄는 힘이 될 것이다.
연준이 앞으로 어떤 정책 태도를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어려웠기 때문에 연준이 가능한 시장을 달래는 쪽에 섰었다. 백신개발로 코로나19가 사라질 거란 전망이 서면 높은 주가가 연준에게 부담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자산가격 버블 때문인데 내년에는 연준이 지난 3월에 발표했던 여러 정책을 철회하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암시하는 등 올해와 다른 자세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이미 그 과정이 진행 중이다. 연준은 지난 3월 경기 대책의 하나로 발표했던 회사채 매입 계획 중 아직 집행되지 않은 4540억달러를 올해 말에 기간 연장 없이 끝내기로 했다.
백신 개발이 금융시장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식을 언텍트와 컨텍트로 나누는 건 맞는 자세가 아니다. 컨텍트 주식이라도 주가가 높으면 상승에서 제외되고, 언텍트라도 주가가 낮아지면 다시 오르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미 현대차와 LG전자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컨텍트의 가장 대표주식이고 삼성전자 등 비슷한 부류의 주식들이 최근 크게 올랐지만 두 회사는 두 달 넘게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으로 9월과 3분기 실적 호전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때문인데, 내년에 획기적인 실적 개선이 없는 한 이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