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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의 100년 전 사이다 발언, 그 고민들 무대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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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20.08.27 06:00:00

연극계 떠오르는 배우·작가 한송희
서울시극단 신작 ''나, 혜석'' 극작 맡아
신여성 스테레오타입 벗어난 나혜석 주목
"왜 ''이상한 사람'' 됐는지 함께 생각해보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신여성 나혜석(1896~1948)의 삶을 다룬 연극이 내달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오른다. 서울시극단이 제48회 정기공연으로 초연하는 연극 ‘나, 혜석’이다.

이번 공연은 창작집단 LAS의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로 그리스 신화 속 여신들에 현대적인 재해석을 선보여 주목받은 배우 겸 작가 한송희가 극작을 맡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한송희는 “작년 봄 서울시극단의 작품 제안을 받은 창작집단 LAS 대표 이기쁨 연출이 작품을 써보겠냐고 물어와 참여하게 됐다”며 “마침 나혜석에 관심이 있어 극본을 썼다”고 말했다.

나혜석은 “남편의 아내가 되기 전에, 내 자식의 어미이기 전에 첫째로 나는 사람인 것이오”라며 가부장제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한 ‘이혼고백서’를 비롯해 ‘정조 유린 위자료 청구소송’ ‘정조 취미론’ 등 파격적인 발언과 행보를 보여준 인물이다. 나혜석이 남긴 어록은 지금도 회자되며 많은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송희가 나혜석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도 바로 이 어록이었다. 그는 “SNS를 통해 나혜석의 어록을 접하면서 100년 전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사이다 같은 발언을 한 건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블랙코미디 같은 신명나는 작품을 구상했다. 그러나 나혜석의 삶을 찬찬히 살펴보는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었다. ‘사이다 발언’ 뒤에 많은 고민과 고뇌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 한송희는 “나혜석은 ‘신여성은 당당하며 오만하다’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 속에서 답을 찾아가려는 인물이었다”며 “그 동안 나혜석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바라봤다는 생각에 3명의 나혜석이 등장하는 형식으로 극을 썼다”고 설명했다. 또 “나혜석이 왜 ‘이상한 사람’이 됐을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송희는 2009년 창단한 창작집단 LAS 창단 멤버로 연극 무대에 서왔다. 극작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극단에서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한 번 써볼까?”라고 말을 던지면서 극작을 시작했다. 2012년 ‘서울 사람들’로 작가로 데뷔한 뒤 ‘미래의 여름’(2014),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2016), ‘줄리엣과 줄리엣’(2018) 등을 발표했다. 2017년에는 제4회 서울연극인대상 극작상도 수상했다.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이 많지만 한송희는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인물에 관심이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된다고 했다. 그는 “여성 배우로 맡을 수 있는 역할의 폭이 제한돼 있다 보니 답답함을 풀고자 글을 쓰는 부분도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성, 나아가 소수자와 인권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가게 된다”고 말했다.

작가로도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송희가 생각하는 본업은 배우다. ‘나, 혜석’에서도 화가 이응노의 부인이자 나혜석의 말년을 보살폈던 박인경(1926~) 화백을 모티브로 한 박인경 역에 캐스팅됐다. 한송희는 “특별한 감정선이 없이 연기를 하는 건 처음이라 배우로서도 새로운 도전이다”라며 웃었다.

서울시극단 연극 ‘나, 혜석’의 작가 겸 배우 한송희가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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