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직장맘 박지선(여·47) 씨는 얼마 전부터 얼굴이 화끈거리고 홍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잦아지더니 점점 증상이 심해졌다. 처음엔 바깥 활동을 할 때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듯했지만 점차 실내에 있을 때도 얼굴이 붉어지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동네 의원을 찾아 검사와 치료를 받아봤지만 정확한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 이후 대학병원 피부과를 찾아 검사를 진행한 결과 ‘주사’라는 피부질환을 진단받았다.
◇증상은 딸기코·안면홍조, 음주 원인 아냐
생소한 이름의 주사(rosacea)는 코나 뺨 등 얼굴 중앙부에 주로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을 말한다. 특히 코가 빨갛게 충혈된 상태가 많아 ‘딸기코’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주요 증상은 얼굴 중심부의 지속적인 홍반이 특징이다. 이외에 주사비(딸기코)나 얼굴의 농포, 구진, 홍조, 혈관확장, 화끈거림, 소양감, 건조감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주사가 있으면 안구의 건조감, 각막 충혈 등 안구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주사의 유병률은 연구방법과 인종에 따라 1~20%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1.7%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연령에서 발생 가능하지만 주로 30~50대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남녀 간 발생 빈도는 1:1.8 비율로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우유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주사의 악화 원인은 흔히 음주나 고온 노출로 알려져 있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염증 유발 기전이 주사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며 “혈관 이상 또는 혈관 주변 조직의 변성 등으로 인한 혈관의 반복적인 확장과 염증세포 침윤과 관련이 있고, 개인의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주사의 진단을 위해서는 피부 모낭충 검사와 다양한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다른 여러 피부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피부과 전문의의 임상적인 진단을 통해 확진한다.
치료는 환자의 증상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국소도포제, 경구 약물제제, 레이저 치료 등이 시행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외용제는 메트로니다졸, 이베르멕틴, 칼시뉴린억제제, 레티노이드 등이 있다. 경구 약물 치료제는 항생제, 레티노이드, 면역조절제 등이 쓰이고, 레이저 치료는 주로 혈관을 타깃으로 사용한다.
◇만성 피부질환으로 일상생활 관리 중요
주사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재발이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일상생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악화 요인 피하기= 고온, 저온, 자외선 노출, 매운 음식, 운동, 뜨거운 음료, 알코올을 포함한 음료 등은 주사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레드와인이나 치즈 같은 바이오제닉 아민(biogenicamine)을 다량 함유한 식품도 피하는 것이 좋다. 복용하는 약제도 주사에 영향을 미친다. 나이아신(niacin)이나 외용 스테로이드 등은 홍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
△피부 관리= 적절한 피부 관리도 중요하다. 주사 환자의 피부는 피부 장벽이 손상된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피부의 화끈거림, 따가움, 소양감 등을 흔히 호소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세안제나 보습제를 통해 피부 장벽을 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서는 주사 환자의 치료에 있어 0.75% 메트로니다졸 겔을 단독으로 사용한 군보다 메트로니다졸 겔과 자극 없는 보습제를 동시에 사용한 군에서 환자 피부의 건조감, 거칠음, 낙설(desquamation, 落屑), 피부 민감도가 호전됐다는 보고도 있다. 은행나무(gingko biloba), 녹차(green tea), 알로에베라(aloe vera), 알란토인(allantoin), 피버퓨(feverfew) 등 보습제에 포함된 식물성 성분이 홍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 증명된 것은 없다.
우유리 교수는 “주사 치료에 있어 적절한 보습제의 사용은 외용제 사용 시 필수 요소다”며 “보습제는 피부 장벽 기능을 회복시키고 항염 및 항균 작용을 할 수 있는 유효 성분이 포함된 것이 좋다”고 했다.
세정제는 저자극성의 중성 혹은 약산성을 띄는 향이 없는 무비누(soap-free) 세정제가 권장된다. 세안을 할 때는 얼굴을 세게 문지르면 안 된다.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듯 살살 문지르며 자극 없이 세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뜨겁거나 차가운 물은 홍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주의한다. 또한 스크럽제가 포함된 제품을 자주 사용하는 것 역시 민감한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토너나 알코올, 포름알데하이드(formaldehyde), 멘톨(menthol), 장뇌(camphor), 프로필렌글리콘(propylene glycol), 라우릴황산나트륨(sodium lauryl sulfate), 팔미트산(palmitic acid), 올레산(oleic acid), 향료 등 10가지 성분을 함유한 제품은 잠재적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피한다.
새로운 화장품을 사용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주사 환자는 얼굴의 붉은기를 교정하기 위한 교정 화장(corrective makeup)이 추천된다. 주사로 인한 얼굴의 붉은기는 녹색이 상쇄시킬 수 있다. 녹색빛을 띄는 색조 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 화장 시 편평하거나 부드러운 모가 달린 작은 도구를 이용하고, 스펀지나 손가락 사용은 피한다. 특히 눈에 사용하는 화장품 중 워터프루프(water-proof) 기능이 있는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우 교수는 “새로운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주말이나 휴일에 얼굴 한쪽에만 발라보고 사진을 찍어 비교해 보면서 해당 제품이 본인에게 맞지 않는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한 후 전체 얼굴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외선 노출 피하기= 자외선 노출은 주사 환자의 피부 염증을 유발하는 등 증상 및 증후를 악화시킨다. 자외선차단제는 자외선A와 자외선B 모두를 차단하고 자외선 차단지수 30 이상의 겔이나 액체류 형태의 오일프리 제형을 사용한다. 산화티타늄이나 산화아연과 같은 금속 성분이 포함된 자외선차단제가 추천된다. 또 실리콘인 디메티콘이나 사이클로메티콘 등을 함유한 제품 역시 주사 환자에서 자외선차단제 도포 시 발생할 수 있는 자극감을 줄여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우유리 교수는 “주사 환자에게 자극이 없는 가장 적절한 자외선차단제를 찾는 것은 힘들 수 있다”면서도 “주사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민감 피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것이 질환 조절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줄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