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 공개…공익 활동 vs 명예훼손

송승현 기자I 2019.11.16 09:15:00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
양육비 미지급 73.1%…현실 바꾸고자 사이트 개설
내년 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 예정

양육비 미지급 부모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 홈페이지 화면. (사진=배드파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공익 활동일까,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범법 행위일까.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창열)는 지난 15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A씨 측은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행위는 비방이 아닌 `아동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아울러 “단순히 생존권을 위협받는 한부모 가정에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다”며 “양육비 미지급 실태를 알림으로써 법률적 제재 조치의 미비점을 드러내 근본적 제도 개선을 이끌기 위한 일종의 사회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배드파더스는 지난해 7월 이혼 뒤 아이 양육비를 주지 않은 과거 배우자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사이트다. 사이트에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무책임한 아빠들`이라는 제목과 함께 실명과 거주지역, 직장 이름 등이 사진과 함께 게재돼 있다.

이 사이트는 익명의 활동가들과 A씨가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사이트를 개설한 이유는 양육비 미지급의 실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18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족 가구주 2500명 가운데 양육비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3.1%에 달한다. 국가도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사소송법에서 양육비 이행명령, 미지급 시 감치명령 등의 제도를 마련했지만 미지급률은 여전히 높은 셈이다.

사이트를 활발히 운영하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신상이 공개된 사람들이 A씨를 고소한 것이다. A씨는 결국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됐으나, 법원은 사건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 사건은 A씨 등의 요청으로 내년 1월 14일 오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 제도로 만 20세 이상의 국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서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및 양형 등에 관한 의견을 판사에게 제시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배드파더스의 행위가 공익 활동인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범법 행위일지 배심원단의 판단을 듣고 형을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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