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보다는 미국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쏘울은 미국 진출 9년 차인 지난해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2011년 이후 미국에서 연간 판매량 10만대 이하로 떨어진 적 없는 명실 상부한 기아의 베스트셀링카다. 인기의 가장 큰 이유는 1만1000달러 내외의 저렴한 가격이다. 임시 면허증으로 운전이 가능한 미국 고등학생의 첫 차, 또는 대학생의 첫 차로 주로 팔렸다. 미국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차에 속한다. 경제적 부담이 없는 데다 키가 큰 사람이 타도 불편하지 않는 박스카의 특성이 잘 맞아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암울하다. 쏘울은 웬만한 수입차보다 안 팔리는 비인기 모델의 대명사다. 지난해 국내에서 2406대 만이 팔렸을 뿐이다. 1억5000만원이 넘는 벤츠 S클래스 판매량(연간 6000대 정도)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가장 큰 문제는 SUV의 특징인 적재공간이 글쎄(?)라는 점이다. 여태껏 쏘울은 경차 레이보다 적재 능력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3세대 역시 트렁크 적재공간은 한 마디로 꽝이다. 수치상으로도 364L에 불과하지만 SUV라는 이름과 전혀 맞지 않는다. 하다못해 박스카라는 이름에도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트렁크 공간은 빈약하다. SUV의 가장 큰 장점인 적재공간과 실용성이라는 부분에서 쏘울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SUV로는 낙제점이지만 3세대 쏘울은 완전히 새로워진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에서는 점수를 딸 수 있다.
기아차가 밝힌 국내 연간 판매 목표는 2만대다. 전년 대비 무려 8배가 늘어난 목표량이다. 월 1700대 정도는 팔아야한다는 얘기다. 쏘울 부스터가 이번에는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최초 시승을 통해 분석해봤다. 코스는 강동구 스테이지28을 출발해 포천 아도니스 호텔을 왕복하는 약 120km의 구간이다.
컴바이너 타입 헤드업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 미디어,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등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온전히 운전에 집중하라는 배려가 느껴진다. 센터패시아 하단에는 무선충전 패드도 마련했다. 젊은 층이 많이 구매하는 차답게 비트에 맞춰 색이 변하는 사운드 무드램프도 기존과 비슷하게 적용했다. 1열 도어에 위치한 스피커와 공조기는 소리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모양으로 디자인 해 디테일을 살렸다. 다만 무드램프는 밝기가 약해 잘 보이지 않는다.
트렁크 공간은 최대 불만이다. 2열 공간에 많이 양보해서인지 한눈에 봐도 대단히 적다. 364L에 불과하다. 필요에 따라 60대 40으로 폴딩되는 2열 시트를 접어야 제대로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쏘울에 SUV라은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다.
3세대 쏘울은 1.6 가솔린 터보엔진을 얹은 쏘울 부스터, 2월 출시 예정인 쏘울EV 두 가지로 판매된다.
고속 주행에서 2열 승객과 대화하기 위해선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존 쏘울 오너의 가장 큰 불만사항이다.
연비는 나쁘지 않다. 복합연비는 18인치 타이어 기준 12.2km/L다. 실제 주행 결과 리터당 10km 언저리를 기록했다. 박스카는 네모 반듯한 형태로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주행에서 좋은 연비를 뽑아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로드테스트 실연비 측정이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하는 이유다.
판매 시작가는 1914만원부터다. 성능을 높이면서 2세대보다 약 50만원 정도 올랐다. 쏘울 부스터와 같은 1.6L 터보엔진과 7단 DCT를 얹은 현대 아반떼 스포츠가 2217만원, 기아 K3 GT가 2170만원이다. 각종 편의장치를 감안하면 쏘울 부스터 노블레스 트림(2150만원부터)과 비슷한 수준이다. 쏘울 부스터의 모든 옵션을 더한 가격은 2724만원이다.
기아차가 올해 판매목표로 내건 2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선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 복잡한 대도심 포장도로에서 쏘울 부스터는 어쩌면 SUV보다 실용적일 수 있다. 쏘울에 억지로 SUV라고 끼워 맞추기 보단 쏘울만의 강점인 넉넉한 2열공간, 티렌디한 외관과 아기자기한 커스터마이징 튜닝 등을 강조하는 게 더 좋아 보인다.
한 줄 평
장점 : 넉넉한 2열 공간과 수준급 고속 안정성,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ADAS
단점 : 너무 좁은 트렁크,생각보다 안 좋은 연비, 실내로 유입되는 풍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