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업승계 대신 현찰‥회사 매각하는 창업주
올 한해 M&A 시장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중견·중소기업이 PEF에 기업을 넘기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다. 지도표 성경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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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들이 마땅한 후계자를 찾기 어렵고 기업을 키우는 데 한계를 느끼면서 PEF에 손을 내밀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창업주 입장에서는 지분을 상속하더라도 세금을 빼면 남는 게 많지 않으니 현찰을 챙겨놓는 게 낫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과세표준액 30억원을 넘는 상장 주식은 상속세율이 50%에 달한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이라면 30%의 가산세가 붙는다. 상속세로만 지분 매매가의 65%를 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PEF도 경쟁력을 확보한 중견기업을 인수한 뒤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팔면 남는 장사다.
◇PEF 시장도 양극화‥해외 하우스 맹활약
올해 M&A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해외 대형 PEF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올해 최대 매물로 꼽히는 ADT캡스도 CVC캐피탈파트너스와 맥쿼리의 각축이 펼쳐지고 있어 해외 PEF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큰 상태다.
글로벌 PEF들이 막대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형 딜을 중심으로 본연의 경쟁력을 발휘했다는 게 IB업계의 평가다.
해외 하우스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밀린 국내 PEF들은 틈새시장 공략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주로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나 성장성이 큰 중견·중소기업을 위주로 매물을 집중 공략했다. IMM PE의 현대삼호중공업 프리IPO(4000억원)는 대표적 사례다.
◇IPO·리파이낸싱 부각‥엑시트 고민 하던 PEF
PEF의 투자회수(엑시트) 수단으로 IPO와 리파이낸싱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동안 국내 PEF업계는 시중 유동성이 넘치면서 투자자금은 풍부하지만 제대로 된 투자금 회수가 많지 않았던 게 큰 고민거리였다. 이를 해결해준 게 IPO다.
MBK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유지분(100%) 중 40.85%를 매각해 1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배당과 IPO를 통해 투자금을 거의 회수한 상태에서 남은 지분을 매각하면 쏠쏠한 투자수익이 가능하다. MBK가 스타트를 성공적으로 끊은 뒤 VIG파트너스가 삼양옵틱스를 증시에 상장하며 뒤를 이었고, 안마 의자 전문기업인 바디프랜드도 회수 수단으로 IPO를 모색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IPO가 사모펀드 시장에서 또 하나의 엑시트 활로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파이낸싱도 활발했다. 리파이낸싱이란 더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 조달한 자금을 갚거나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는 일종의 엑시트 방식이다. 2조원 짜리 매물인 대성산업가스와 코웨이를 사들인 MBK나 한앤컴퍼니 등이 리파이낸싱을 적극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