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문화융성, 창조경제, 비정상의 정상화, 무엇이 문제였을까

김현아 기자I 2016.11.06 10:25:1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사과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 기울인 국정과제들을 모두 비리로 낙인찍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지만, 문화융성과 창조경제, 그리고 ‘비정상의 정상화’로 대표되는 정책기조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최 씨가 지배한 회사인 더블루K와 인터플레이그라운드가 문화융성 정책의 수단이었던 K스포츠·미르 재단으로부터 부당 이득을 보려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을 뿐 아니라, 창조경제 스타트업으로 꼽혔던 교육콘텐츠업체 아이카이스트나 가상현실(VR)업체 고든미디어 등도 최 씨와 얽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으로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의 동생(정민회)이 근무했었고, 고든미디어 대표는 최 씨 아지트로 알려진 카페의 운영업체 이사였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4일 열린 ‘방송통신분야 비정상의 정상화’ 학술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대통령은 아이카이스트를 창조경제 대표주자라 지칭한 사실이 없다며 예산과 인사에 최 씨 일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융성 사업과 달리, 창조경제 정책은 최 씨와 관련 없다는 해명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미래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기업 돈을 모집할 때나, 인공지능(AI) 연구소인 지능정보기술연구원에 대기업 자금을 유치할 때 최 씨가 관여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이 정부 경제정책의 두 바퀴인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는 별개가 아니고 여기에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규제의 방향성까지 보태지면, 미래부가 국민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창업 생태계와 제조업의 ICT 융합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자부한 근본가치마저 흔들리고 있다.

비선 실세가 정부의 핵심 정책에까지 개입하는 정부 시스템 붕괴 속에서, 봉건사회보다 못한 민주주의의 붕괴 속에서 어떻게 미래를 논하는 정책이 가능할 까 하는 의문이 나온다.

특히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는 핵심이슈들에 대한 흑백논리에 바탕을 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의 결과물이라는 비판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용자나 시민과의 소통을 통한 합의를 이끌기보다는 정부가 주도해 어떤 것을 비정상이라고 낙인찍고 무조건 한 방향으로 바꾸자고 했기 때문이다. 소통이 없으니 국민대통합도 어려웠던 것이다.

2013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발언 이후 비정상의 정상화는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면서 각 기관 평가로 이어졌다. 그런데 당시 과제 선정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 수행을 위해 이해관계자 모임을 하다 보면 이게 왜 비정상인가 라는 물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관여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는 ▲단말기유통법(휴대폰 인터넷 불법보조금 지급 근절)▲온라인상 불법조장 웹사이트 차단 ▲방송 외주제작·협찬 거래시 불공정 관행 개선 ▲TV홈쇼핑사 불합리한 관행 근절 등인데, 특히 단통법과 인터넷내용규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사오정이 베스킨라빈스에 가서 여러 개를 가리키면서 이거 주세요 하자 점원이 이름을 각각 말해 주세요라고 했지만 다시 사오정이 (자기 이름을 말해달라고 한 것으로 착각하고) 여러 차례 자기 이름을 말하면서 이거 주세요 라고 한다는 농담이 있듯이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는) 전혀 생각이 다른 분들도 있다. 국민 소통이 중요하다”고 인정했다.

이는 “기본과 원칙이 바로 선 국가를 만들어야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 수 있다”며,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성과로 스포츠 4대 악 해소를 위해 횡령, 승부조작, 입시비리 등의 근절대책을 만들었다”고 소개한 국무조정실 김광제 사무관 설명과 온도 차가 크다.

미래부 관계자는 “창조경제가 어려웠던 이유는 우리 사회 전반의 권력 집중의 문제도 있다”면서 “선거시스템 개선이나 개헌 등의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에 분권화, 다당제를 뿌리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이 9월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경욱 국회의원이 주최한 ‘창조경제 지속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 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홍 차관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창조경제 플랫폼이나 생태계가 활발하게 작동하도록 노력하겠다. 국회도 수레의 양바퀴로 절대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은 여당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서도 일부 있었다.

지난 9월 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이 주최하고 미래부, 전경련, 중견기업연합회, 벤처기업협회, 엔젤투자협회 등이 공동주관한 ‘창조경제 지속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숙대 신석하 교수(경제학과)는 창조경제를 살리려면 경제환경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구조개혁을 통해 대기업이 (정부 압박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스스로 생존을 위해 창조경제에 참여토록 해야 하고, 창업 이후 실패하면 비정규직이 된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사회통합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근혜 캠프에서 창조경제 개념을 만든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기계공학과)도 “창조경제는 정권차원의 구호가 아니다”라면서 “투자전략이라기 보다는 의식개혁 운동이고 생태계 개선운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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