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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심원은 파시의 캐릭터 상품이 중국 등에서 ‘육심원’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육심원 관계자는 “중국 타오바오몰에선 파시(FASCY) 제품명 바로 옆에 ‘陸心媛’(육심원)을 붙여 판매한다. 이런 건수가 3000건이 넘는다”며 “이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이 육심원이 파시라는 업체와 캐릭터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한 줄 알고 구매했다가 AS나 반품을 요청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파시 디자인이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육심원 캐릭터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블로거들도 파시 제품에 ‘케이스는 육심원 케이스 커버’, ‘육심원의 작품을 응용한 패키지’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육심원은 동양화가 육심원 작가의 작품들을 패션·화장품·리빙 아이템으로 제작해 선보이는 브랜드다. 지난 2014년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배우 장나라가 그린 그림으로 소개되며 지난 2년간 중국 내 10여개 매장을 여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드라마를 보고 육심원 제품을 사고 싶어 주문했던 중국 소비자들이 파시 제품을 산 후 육심원 측에 항의를 하거나 문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시는 지난 2013년 사업을 시작한 신생 업체다.
그러나 파시는 이미 지난 2014년 각종 물품상품과 잡화, 포장지, 용기 등에 대한 디자인권을 특허 등록한 상태다. 육심원은 디자인권은 등록하지 않고, 상표권과 저작권만 가지고 있다.
파시는 육심원 브랜드명 도용과 관련 중국 따이공(대리상) 등 중간 유통망에서 발생한 일일뿐 본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디자인 유사성과 관련해선 “이미 법원에서 판결이 난 사안으로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다”고 해명했다. 법원도 육심원이라는 브랜드의 주지성(다수의 사람들이 상호를 널리 알고 있는 것)은 인정되지만 브랜드명 도용과 관련 파시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며 파시의 손을 들어줬다.
육심원 측은 “중국 온라인 판매자들의 경우 제품설명에 유명 연예인이 ‘육심원’ 핸드백을 들고 있는 사진을 노출시켜 마치 ‘육심원’ 제품인양 판매하고 있다”며 “이러한 수요자 기만행위를 막기 위해 항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이번 사건으로 중국인 고객들 사이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최근들어 업계에서 유사 캐릭터 분쟁이 많아지면서 이를 단속할 방안이나 저작권 분쟁에 대한 보다 높은 규제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제품을 ‘판매가격’이나 ‘상품평’으로 검색하지 않고 ‘정확도순’으로 검색할 만큼 자신이 사려는 제품이 정품인가 가품인가에 대한 의심과 불안함이 크다”며 “한국 업체라 믿고 샀는데 유사 제품이었다면 한국 브랜드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