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금호석유(011780)화학(이하 금호석화) 지분(14.05%) 매각이 당분간 보류됐다. 현 주가가 장부가보다 낮아 애초 예상했던 4000억원 이상의 매각이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금호석화 지분 매각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상당 기간 장부가(9만원 대)를 웃돌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호석화 주가는 지난 2일 현재 7만 8400원(종가기준)이다.
하지만 주가 상승 동력이 크지 않아 지분 매각 추진은 앞으로도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성고무부문과 합성수지부문, 열병합발전, 정밀화학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금호석화는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세계 경기침체와 타이어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침체했다. 특히 합성고무 부문의 시황 전망이 밝지 않아 가시적인 수익성 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석화 주가가 장부가를 웃돌 때까지 지분 매각을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내년 말 열병합발전소가 증설되면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는 금호석화가 추진 중인 열병합발전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열병합발전사업은 폐타이어와 석탄을 열원으로 생산된 에너지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약 43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15년 말까지 여수 열병합발전소를 2배로 증설해 향후 석유화학부문의 경기 변동성을 보완할 계획이다.
산은의 지분 매각 추진이 당분간 보류됨에 따라 박찬구 회장은 앞으로도 산은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찬구 회장과 아들 준경 씨가 보유한 지분 13.84%에, 박 회장의 조카 박철완 상무보의 지분 10.00%를 합치면 박 회장 일가보유 지분이 23.84%에 달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간 산은은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금호석화의 경영에 자주 관여해 왔다. 금호석화 입장에서는 산은의 지분 보유가 독자 경영 강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열병합발전 증설에도 수익성 회복이 더디면 주가 상승에도 한계가 있다”며 “지분 매각이 지연되면 산은은 느긋하지만 금호석화는 산은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