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서울에 사는 이주영씨(43씨)는 10년 넘게 탄 1999년 형 소나타를 폐차하고자 시세를 알아봤다. 서울 강남의 A폐차장은 40만~45만원 선을, 서울 응암동 B폐차장은 46만~51만원을 제시했다. 몇 만원 차이지만, 조금 더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시 외곽으로 눈을 돌렸더니 값은 60만원까지 뛰었다. 이씨는 “폐차장도 개인사업체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며 “좀 더 값을 알아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폐차장에서 폐차 손님은 왕으로 통하고 있다. 고철(생철) 시세가 ㎏당 작년 400원대에서 최고 540원까지 오르는 등 기준시세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상승곡선을 이어가자, 덩달아 폐차 보상비도 오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해마다 폐차량이 1만여대씩 꾸준히 증가하는 등 시장이 커지자, 200여개에 불과했던 업체들도 최근 480여개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폐차를 확보하기 위해 업체들의 보상금 호가도 연일 상승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냥 버려지는 쓰레기도 에너지원으로 탈바꿈하며 값어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래에 쓰레기 확보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 골칫덩이 폐차에서 금을 캐는 사람들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폐 금속자원의 잠재적 가치는 46조4000억원(보유량 기준)으로 연간 약 4조원씩 증가 추세다. 특히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잠재적 가치는 총 18조로, 연간 1조8000억원이나 된다. 이는 한 척당 2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컨테이너선 9척을 수출한 것과 맘먹는 금액이다.
자동차 1대를 재활용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63만5982원정도. 자동차 1대에서 합금첨가용 물질인 크롬, 망간, 니켈 등과 같은 희귀 금속 4.5㎏를 채취할 수 있어 가격은 생각보다 높다. 또 쓸 수 있는 부품의 경우 필요한 이들에게 판매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가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의 패널티를 자동차 업계까지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자, 한 굴지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폐차업 분야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중 제철분야까지 있어 이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환경부의 저지로 대기업의 폐차업 진출에는 제동이 걸린 상태지만, 이들이 자동차 재활용 시스템 구축 투자를 통해 자동차 재활용 시장의 가치 확인이 끝나면 대기업의 재활용산업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 쓸모없는 쓰레기..알고 보니 `귀한` 몸
인기가 좋은 것은 자동차, 가전제품과 같은 큰 규모의 고철 쓰레기만이 아니다. 집에서 버리는 휴지 1장도 돈으로 바뀌고 있다. 쓰레기 수거차에 실려 매립장으로 옮겨질 때까지만 해도 가치없는 쓰레기가 흙에 덮이는 순간 에너지원으로 탈바꿈한다.
쓰레기가 썩으며 방출하는 가스가 가정에서 쓰이는 난방 가스와 전기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 수도권매립지의 경우 하루 포집한 가스를 통해 120만㎾의 전기를 생산, 이를 한국전력에 판매해 연간 45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구 방천리 위생매립장의 경우 민간 기업인 대성에너지가 들어가 매립가스를 자원화하는 사업을 벌여 연간 6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집단 에너지사업을 통해 대구 죽곡지역 약 8000가구의 난방열을 직접 공급할 예정이다.
신총식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업이사는 "사업 초기만해도 성공이 불투명해 민간자본이 들어온 상태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민자사업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며 "이후 많은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