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기자] 대우조선해양 매각작업이 가시화되면서 또다른 산업은행 보유회사인 현대건설에 대한 인수합병(M&A) 작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000720) 매각작업 시점은 통산 M&A가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자선정, 자산실사, 최종 매각가격 결정 등의 수순에 6개월에서 8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올 4분기에는 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이 공개적으로 현대건설 M&A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을 뿐 아직까지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정도가 현대건설 M&A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TX그룹, 유진그룹 등과 같은 몇몇 중견 기업들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되고 있으며, 사모투자펀드(PEF)나 외국계 기업 등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은 "현대건설 M&A는 대우건설 M&A와 달리 인수자가 직접 투입하는 자금규모가 인수자 선정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는 현대건설은 자본금 규모가 감자전 대우건설의 30% 수준으로 크지 않고, 매각가능 자산도 대우건설에 비해 적어 LBO(차입금에 의한 인수) 방식으로 자금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우건설 M&A는 국내건설 경기가 최고 호황이었고, 금리가 낮은 시점에 진행되어 대규모로 저금리 조달이 가능했으로 재무적 투자자 유치가 용이했던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우건설 인수 시점에 비해 금리가 높고, 주택경기 위축되고 있어 재무적 투자가를 유치하기 위해 비교적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그룹, 대우조선 안되면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가능
두산그룹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지 못한다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분석이다.
전용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그룹은 현재 부채를 차입하지 않고도 자사주와 상장 자화사간의 출자지분, 보유현금 등을 포함하여 6조2000억원의 가용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러한 가용재원으로 인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 M&A에서 두산그룹이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건설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회사채 발행과 증자등을 통해 2조원대 규모의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애널리스트는 "현대그룹은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의 자산 가치가 크지 않아 이 두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서 파이낸싱 참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20%~25%의 최소한의 지분만 확보한 후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자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重, 자금력 풍부..타기업 인수·지주회사 전환여부 변수
현대중공업 그룹은 아직 명시적인 의사 표현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인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현재 보유한 유동성과 순환출자 지분을 포함하면 재무적 투자가의 도움 없이도 현대건설 지분 50%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이런 지분인수 방식은 비용측면에서 비효율적이므로 재무적 투자가 일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전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 지분을 매각하거나 순환출자 지분을 해소한다면 막대한 M&A재원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이러한 우수한 자금조달 능력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 측면에서 보았을 때 현대상선이나 두산그룹, 기타 기업집단 보다는 현대중공업이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이전에 다른 기업을 인수한다면 현대건설의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인수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가령 현대중공업의 CJ투자증권 인수로 인수대금 만큼 현대건설 인수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재원이 소멸됐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만약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M&A 인수전에 뛰어들거나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현대건설 M&A 전에 매입해 온다면 현대건설의 인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하반기 정부의 기업관련규제 완화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가 지주사 제체로 전환된다면 이는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으로 시장은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 애널리스트는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순환출자의 해소로 상당한 현금이 유입될 수 있다"면서 "비교적 낮은 지분만을 매입하고도 안정적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M&A 비용지출 규모가 감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해외사모펀드 인수시 현대건설 주가에 부정적
이밖에 해외 사모펀드 등에서 현대건설을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경우 현대건설 주가에는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전 애널리스트는 "해외 사모펀드가 국내건설사를 인수한 케이스는 론스타의 극동건설 인수를 들수 있다"면서 "이들의 전략은 건설사의 성장보다는 자산매각 및 보수적인 수주 전략으로 현금확보에 주력한 후 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통해 현금조달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배당이라는 매력은 있을수 있으나 성장성이 떨어져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해외 사례에서는 극동건설의 경우처럼 현금조달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상장을 폐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현대건설이 국가 기반산업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볼 때 해외 사모펀드로 인수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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