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도 ‘퓨전시대’ … 섞어 마시면 더 맛있다

조선일보 기자I 2007.05.31 08:51:24

은행·증권·카드·보험 결합 ‘원스톱 서비스’ 잇따라출시

[조선일보 제공] 요즘 금융상품의 대세는 ‘퓨전(fusion)’이다. 입출금 통장+주식 거래+마이너스 대출+보험+체크카드 등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복합 상품이 뜨고 있는 것. 최근 금융지주회사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은행,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 간의 경계가 무너지며 가능하게 됐다. 여기에 금융회사끼리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진 것도 퓨전 상품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즐겁다. 필요한 기능만을 골라 잘 버무려 놓은 상품 하나만 고르면 원스톱 서비스가 시작되니 말이다.

◆퓨전 CMA

최근 퓨전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은 CMA(자산관리계좌)다. CMA란 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를 뜻하는 것으로 은행의 보통예금 통장과 비슷하지만 하루만 맡겨 놓아도 연4% 중·후반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증권사들은 작년 말부터 CMA에 현금을 수시로 인출할 수 있는 체크카드나 교통카드 기능을 붙여 놓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최근엔 8가지 기능을 합체한 상품까지 선보였다.

지난 3월 우리투자증권에서 선보인 ‘옥토(OCT O·沃土)’는 오토머니백(Auto Money Back) 기능에 종합담보대출, 체크카드, 은행식 입출금, 이체·결제·납부, 통합조회, 주식거래를 한 상품을 통해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기능이 문어(Octopus) 발처럼 다양하다는 뜻으로 ‘옥토’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토머니백이란 주식계좌 잔액을 자동으로 고금리를 주는 MMF에 투자하는 서비스를, 종합담보대출은 보유 예금을 담보로 한 마이너스 통장 기능을, 통합조회는 보유 자산의 잔고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CMA는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될 뿐 아니라 개인신용대출 서비스, 체크카드와 같은 입출금 기능이 있고, 신용카드와 같은 마일리지 등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출시한 ‘미래에셋자산관리CMA’도 은행계좌처럼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기본 기능에 주식, 채권, 신탁, 공모주 청약 등 다양한 기능을 붙여 놓았다.



◆퓨전 정기예금

보수적이던 은행 상품들도 요즘 변신에 도전하고 있다. 예금 통장으로 주식 거래를 하거나 은행상품이 보험 역할까지 하는 식이다. 농협에서 내놓은 여성 전용 통장인 ‘행복일기’는 정기예금 통장에 신용대출, 교통재해 상해보험 등을 결합한 상품이다. 1년짜리 정기예금의 경우 최고 연 5.35%까지 금리를 제공하고 결혼과 출산, 맞벌이 가구에는 최대 연 0.2%포인트 금리를 추가로 얹어 준다. 신용대출의 경우 맞벌이 가구는 최고 1억20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고 교통재해 상해 때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은행의 ‘수퍼 FNA증권거래예금’은 굿모닝신한증권을 통해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돼 있고, 우리은행의 ‘뷰티플 라이프 정기예금’은 다치거나 병에 걸렸을 때 최고 3000만원까지 입원비와 치료비를 지급하는 보험 기능을 갖고 있다. SC제일은행의 ‘더블 플러스 통장’은 거래기간 중에 예금주가 사망하거나 다치면 예금 가입액과 같은 금액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퓨전 보험

보험 상품의 근본적인 두 축은 ‘연금보험(저축성)’과 ‘종신보험(보장성)’이다. 노후 생활비를 꾸준히 지급 받으려면 연금 보험을 택하고, 사망시 거액의 보상금을 가족에게 물려주려고 한다면 종신 보험을 택했다. 하지만 요즘엔 둘 중 하나를 꼭 고를 필요가 없어졌다. 보험도 두 가지 기능이 합쳐진 퓨전형 상품이 최근 잇따라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말에 선보인 ‘프리미어 재정설계 플랜 연금보험’은 업계 최초로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을 합친 상품이다. 연금보험을 주된 바탕으로 하고, 사망보험금을 연령대에 따라 매년 다르게 변동시킬 수 있게 해놓아 보험료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자녀학자금, 주택 구입 등 필요자금이 많아지는 40·50대에는 보장금액 규모를 3억원 정도로 늘리고 60대 이후에는 5000만원 정도로 낮추는 게 가능하다.

대한생명의 ‘라이프플러스 케어보험’은 사망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 기능은 물론이고, 고객이 90세 이전에 치매 등 장기간 간병을 받아야 하는 상태가 되면 간병자금으로 매년 1000만원씩 10년 동안 지급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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