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종서 기획위원] 지난 8월7일 서울지검 특수 3부는 “대규모의 자금을 조성, (주)세우 포리머 주식을 시세 조종하여 170억 원을 챙긴 대규모 작전세력을 구속했다”고 발표하였다. 과거에는 주가조작이 PC방 등에서 몇몇이 서로 짜고 주문을 내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작전세력이 사채업자와 결탁해 구조조정회사를 설립하고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기업화. 대형화 된 조직을 바탕으로 주가조작에 나서는 대담성을 보였다고 한다.
작전세력들이 주가를 조작하여 매매차익을 챙겼다면 선량한 투자자들은 그 만큼 손실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즉 주가 조작이란 대상종목을 선정하여 사전에 주식을 사 모으는 매집 단계, 주가를 끌어올리는 단계, 보유 주식을 파는 분매 단계를 거쳐서 이뤄진다. 따라서 시장정보를 곧이곧대로 믿고 투자하는 선량한 투자자들을 현혹시켜 주가를 조작, 매매차익을 사기 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기 극에 증권시장이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투자자들 자신들로 이에 현혹되지 않도록 가치투자에 중점을 둔 장기투자를 하는 기법을 터득하여야 한다.
돈 한푼 없이 회사를 설립하고 작전종목의 대주주가 되어 마음대로 주가조작
작전세력의 주역인 K씨는 2001년 11월, 사채업자인 J씨에게 70억 원을 잠시 빌려 자본금을 납입한 뒤 다시 빼내는 식으로 구조조정회사인 디바이너를 설립하였다. 기업구조조정회사(CRC)란 부도. 화의. 법정관리 상태의 부실기업 경영권을 확보한 뒤 적극적인 구조조정으로 기업을 정상화시켜 회사를 다시 매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2003년 8월 현재 59개 사가 산업자원부에 등록되어 있다.
2002년 2월, 디바이너 대표 K씨는 "부실기업을 구조조정 해 두, 세 배의 이득을 보게 해 주겠다"며 수십 명의 투자자로부터 3백억 원이나 되는 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 자금으로 구조조정 중이었던 세우포리머 유상증자에 참여, 대주주가 되었다. 즉 2002년 6월5일, 구조조정회사인 세우포리머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를 대부분 실권하여 이사회에서는 제3자 배정을 결의하였고 디바이너는 이들을 인수하게 되었다. 그래서 디바이너는 세우포리머 주식을 454만주나 인수하여 지분율이 96.31%나 되는 대주주가 되었다.
그 후 디바이너 대표 K씨는 액면 분할을 통하여 주식 수를 910만주로 늘려 12명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지분 분산을 시켰다. 그리고 대주주 지분에 대해 50분의1, 소액주주들 지분에 대해서는 20분의1로 감자하여 일반투자자들이 최대주주에 등장하는 해프닝까지 벌렸다.
이렇게 세우포리머 경영권을 장악한 디바이너 대표 K씨는 세우포리머 주식을 담보로 다시 사채자금을 끌어들여, 모두 8백억 원이란 엄청난 자금을 조성하였다. 이 자금으로 서초동과 수서. 분당에 있는 세 곳의 오피스텔에 컴퓨터 10여대씩을 설치하고 1백9개 차명 증권계좌를 개설하여 한꺼번에 “매매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던 것이다.
한편 디바이너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첫째, 세우포리머는 유상증자로 자금사정이 호전됨에 따라서 2002년 8월7일 화의상태를 벗어나게 되고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게 되는 호재를 만들었다. .
둘째, 8월 27일, 주주총회에서는 상호를 세우글로벌로 변경하고 의류도매사업에 신규 진출하는 계획을 발표하여 외형상으론 구조조정과정을 거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였다.
셋째, 이런 호재를 바탕으로 8백억 원이라는 자금을 동원하여 매매를 부추겨 2002년 9월9일, 세우포리머는 단기간에 9700%이나 상승, 거래소시장에서 1위 상승종목으로 기록되었다. 이렇게 해서 디바이너는 세우포리머의 매집, 주가 끌어올리기에 성공하였다.
즉 세우포리머는 감자 후 첫 거래일인 5월21일 3470원을 기록한 후 상승세를 지속하며 9월 4일 9200원으로 마감해 3배에 가까운 상승을 기록했다. 이후 대주주인 디바이너가 보유 중이던 지분 910만주를 줄곧 매도하여 주당 평균 5500원에 매각한 꼴이 되었다. 그러나 세우포리머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1일째 하한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되었다. 결과적으로 2002년 2월 주당 870원이었던 세우포리머가 유상증자를 통하여 화의에서 탈피하고 회사가 정상화된다는 호재를 유포하여 8개월 뒤에 12배나 되는 1만원까지 수직 상승시켰다. 그리고 대주주인 디바이너는 보유주식을 모두 팔아치워 170억원에 상당하는 매매차익을 챙기고 난 후 거품현상이 일어나면서 증권시장에는 파문이 일어나게 되었다.
즉 10월 9일, H증권 K지점에서는 한 투자자가 세우포리머 주식을 주당 5660원에 100만주 매수주문을 냈다. 즉 위탁증거금율 40%에 해당하는 23억 원을 갖고 지속적으로 하한가를 치고있는 세우포리머 100만주, 56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던 것이다. H 증권은 10월 14일, 이를 알고 부랴부랴 세우포리머 주식에 대해 반대매매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이미 하한가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주식은 매매될 리 없었다. 그래서 10월 21일, 1560원에 600만 거래될 때 겨우 처분할 수 있어 H증권은 매매주문을 잘못 처리하여 20억 원정도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 안게 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로써 당국의 감사를 받게 되었고 주가조작사실이 발각되어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장기투자자만이 작전세력들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디바이너 대표 K씨는 돈 한푼 내지 않고 사채업자들을 동원하여 구조조정회사를 설립하고 자금을 조성하여 주가조작을 감행하였던 전형적인 사기꾼이었다. 우선 주식을 사 모으는 방식도 시장을 통하여 장기간 이뤄진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회사라는 간판을 달고 구조조정 중인 회사의 유상증자 실권주를 제3자 배정을 통하여 96%나 차지하여 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 작업도 세우포리머 대주주가 된 상태이어서 쉽게 이뤄졌다. 관리종목 해제, 주주총회를 통하여 상호변경, 새로운 사업진출 등 연이어 발표함으로써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8백억 원이라는 자금을 조성하여 차명 계좌를 개설하고 가장매매를 통하여 주가를 부추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의 호응을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기간에 끌어올린 주가를 바탕으로 910만주나 매도하려니 자연 무리가 따르게 되었다. 그래 11일간 하한가 행진이 계속되는 심한 거품현상이 일어나 악재가 노출된 상황이어서 결국에는 감독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작전주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나?
단기적인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이트레이더들은 급등주나 급락주를 대상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이런 작전주의 유혹에 걸려들기 쉽다. 가치투자를 하지 않고 시장정보나 기술적 분석에 의해서 투자종목을 선정하는 투자자들도 이런 작전세력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오직 가치투자에 바탕을 두고 장기투자를 하는 투자자들만이 작전세력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주식투자 하나로 350억 달러를 벌어 세계 두 번째 갑부가 된 워런 버펫의 명언이 생각난다. “주식투자의 첫 번 째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두 번 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항상 지키는 것이다”라고 했다.
워런 버펫은 1965년 오마하에 버크셔 해서웨이를 설립하여 38년 간 매년 평균 25 -30%의 수익률을 올려 투자원금의 3,000배나 불렀다고 한다. 7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투자전략에 직접 관여하면서 돈을 잃지 않는 주식투자의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이 회사가 설립된 이후 투자로 손해를 본 것은 2001년 한해뿐이라고 하니 그가 돈을 잃지 않는 투자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평생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돈을 잃지 않는 투자원칙은 어떻게 지킬 수 있었는가?
그것은 가능성이 낮은 도박 같은 투기를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란다. 그리고 워런 버펫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그레이험의 가치투자 원칙을 철저히 지켜 왔던 것이다. 그레이험은 “주식투자는 10달러 주식을 5달러에 사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즉 기업내용을 철저히 분석하여 기업가치가 10달러인 주식이 시장에서 이의 절반가격 이하로 거래될 때 사 모아 주가가 정상가격 이상 상승하였을 때 파는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년 이상의 장기투자가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대부분 투자자들이 단기매매차익에 집착하고 있다. 주식투자에서 워런 버펫이 말하는 가치투자에 바탕을 장기투자를 한다면 워런 버펫같은 큰 부자는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돈을 잃지 않는 주식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투자란 결국 주가사이클을 대상으로 하는 확률게임인 것이다. 장기투자를 하는 자에게는 주가 사이클을 어느 정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래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기업의 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 된 종목들을 찾아내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가 사이클 상 낮은 수준일 때 저평가 된 종목을 사서 보유하고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면 워런 버펫이 주장하는 “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은 그렇지 않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너도나도 몰려드는 개미투자.
급등주나 급락주를 대상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투자자.
매일 사고 파는 일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주식 중독자.
주식보다 화끈한 선물이나 옵션에 집착하는 투자자.
이런 단기 매매차익을 챙기려는 투자자들에겐 작전세력들이 유혹의 손길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세우포리머 같은 작전주에 걸려 패가망신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민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려면 증권시장이 안정적 기반 위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이는 당국의 철저한 감독도 요구되겠지만 작전세력들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도록 장기투자자들이 중심이 되어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라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나가야 한다. 이런 시장 분위기에서는 작전세력들이 더 이상 주가를 조작할 수 없으며 국부가 유출되는 증권시장이 아니라 국부가 유입되는 증권시장이 되어 국민경제를 더욱 튼튼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자 여러분, 일확천금을 꿈꾸는 투기적 심리는 결국 내 자신이 패가망신을 당 할 뿐아니라 국민경제를 멍들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돈을 잃지 않는 가치투자, 장기투자를 생활화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