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정명수기자] 연초 스왑 거래로 재미를 봤던 스왑뱅크(주로 외국계 은행)들은 지금 포에니 전쟁에서 이긴 로마가 그랬던 것처럼 `승자의 혼미`에 빠져있다. 마켓의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기회다.
◇혼란의 발상지..발행시장
카드사와 몇몇 공사들은 올해 1분기 집중적으로 신종채권을 발행했다. 스왑과 옵션을 활용해서 듀레이션에 굶주려 있던 장기투자자와 일부 투신사들을 높은 쿠폰으로 유혹했다. 이때 스왑뱅크는 상당한 고정금리 페이(pay) 포지션을 보유하게 됐다.
5월 콜금리 인상 이후 시중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기 시작한다. 채권 공급 부족이 시장참가자들의 낮은 듀레이션 베팅과 어우러지면서 거래없이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한 것.
마침 KT 민영화 입찰과 재정지출 지연 등으로 단기자금 사정이 악화됐고 국내외 주식시장도 이런저런 이유로 하락했다. 채권수익률은 급락했다. 본드-스왑 스프레드도 마이너스로 역전됐다.
스왑뱅크는 숏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국채선물을 매수한다. 현물 채권을 살 수도 있지만 단기자금이 말려 우선 선물 매수에 주력했다. `국채선물 상승 → 미국 월드컴 회계 조작 → 주가 폭락 → 국채선물 상승`의 과정을 거치면서 국채선물은 콘탱고가 됐다.
콘탱고는 매수차익거래를 유발시켰다. 그러나 주가 폭락의 영향으로 콘탱고가 심화됐다. 매수차익거래 용으로 매입한 국고채 지표물, 바스켓 종목은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잠겨버렸다. 매물없는 채권시장에서 수익률은 더욱 하락했다.
◇아비트러지의 유혹
국채선물 콘탱고에서 매수차익거래는 정석 플레이다. 본드-스왑 스프레드 마이너스에서 스왑 페이-현선물 매수 역시 정석 플레이다. 그러나 정석으로 시장에 접근한 투자자들은 괴롭다.
`승자의 혼미`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꼬일대로 꼬인 스왑마켓은 단기자금을 빠듯하게 유지하는 단기유동성 정책이 계속되는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아비트러지 거래자들은 괴롭다.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는 것을 알지만, 시간이 지나면 콘탱고가 해소되고 스왑 스프레드도 플러스로 돌아선다는 것이 자명하지만,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왜 평가손을 봤느냐"며 펀드매니저들의 목을 조른다. 차익거래에서 승자는 인내하는 사람인데도...
◇아비트러지의 위험
첫째, 미국 주식시장이다. 월가에서는 월드컴 회계조작을 9.11테러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펀더멘털 지표들은 회복 신호를 보내지만 금융시장은 쇼크 상태다. 실물과 금융의 불일치로 미국 주식시장이 흔들리면 미국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 이 경우 채권투자에서 어떠한 형태의 숏포지션도 엄청난 위험에 처할 수 밖에 없다.
둘째, 한국은행의 정책 공백이다. 콜금리 조작을 통한 장기금리 조절, 유동성 조절, 물가 조절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재정정책 쪽에서는 일부 긴축의 흔적도 보인다.
미국에서도 금리인하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한은이 어떤 정책 결정을 내리려면 빨리도 9월이다. 6월 산업생산은 월드컵때문에, 7월 산업생산은 여름 휴가 등으로 통계에 확신을 가질 수 없다. 7월 통계가 확정되는 시기는 8월말이다. 6월, 7월 통계를 평균해서 계절조정을 하고 정책 자료로 쓰려면 9월이다. 3분기 전체가 정책 진공에 빠질 수 있다.
셋째, 아비트러지 거래를 실시한 기관의 성격, 자금의 성격이다. 투신은 매일 시가평가를 하기 때문에 9월물 선물 만기까지 매수차익거래 포지션을 끌고 가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은행, 증권사 상품도 내부적으로 시가평가를 받는다면 공격적인 차익거래는 힘들다고 봐야한다.
남는 것은 보험, 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과 플러스 알파다.
◇아비트러지와 뉴머니
스왑 페이-현선물 매수는 `뉴머니(new money)`라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시가평가에서 자유로운 보험과 연기금도 노려볼만한 거래다.
특히 연기금의 경우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스왑마켓에 진입할 필요가 있다. 채권 입찰때마다, 시장에 손절이 나올때마다 현물을 사고 페이 포지션을 잡으면 본드-스왑 스프레드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고 자연스럽게 포지션은 이익을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