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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인 돈 대신 아파트, 3개월 만에 팔았더니 1억 내라고? [세금,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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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기자I 2026.09.03 0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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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김 씨는 지난해 6월 생각지도 못한 세금 고지서 한 장을 받았다. 4년 전 팔았던 아파트를 두고 양도소득세(양도세) 약 1억원을 더 내라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이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산 것도, 시세차익을 노리고 보유한 것도 아니었다. 초등학교 동창에게 떼인 돈 대신 받은 아파트였다. 고작 3개월 보유했다가 팔았는데, 국세청에선 양도세로 1억원을 내라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결국 지난해 12월 조세심판원에 불복 청구를 했다. 김 씨는 국세청과 싸워 이겼을까.

이미지=AI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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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의 “아파트로 갚을게”

김 씨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초등학교 동창 이 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빌려줬다. 사업체를 운영하던 이 씨가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일부는 돌려받았지만 나머지는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 씨의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불안해진 김 씨는 2020년 6월까지 돈을 갚겠다는 차용증을 받아뒀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김 씨가 “고소하겠다”고 하자 이 씨가 내놓은 대안이 있었다.

“2018년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있는데 그걸 줄게.”

김 씨는 한숨 돌렸다. 그런데 이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파트를 자신의 처제 명의로 넘겨버렸다. 김 씨는 차용증마저 쓰지 않고 돈을 빌려줬다가 부랴부랴 뒤늦게 차용증을 작성할 정도로 이 씨를 믿었는데 배신감이 컸다.

김 씨는 이 씨가 보유한 충북 음성군 땅에 근저당을 설정했다. 그제야 이 씨는 2021년 7월 아파트를 김 씨에게 넘겼다. 명의는 처제였지만 실제 소유자는 이 씨였던 만큼 소유권 이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아파트 가격 3억 7700만원, 김 씨가 떠안은 할부금 1억 4700만원. 이 씨는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서 1억 4700만원을 미납했다. 그로 인해 김 씨가 실제로 손에 쥔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는 약 2억 3000만원이었다. 김 씨는 2억 3000만원에 아파트를 취득했다고 신고한다.

떼인 돈 대신 아파트, 3개월 만에 팔았더니 1억 내라고? [세금, 그 후]
3개월 뒤 팔았더니…세금 폭탄

김 씨는 아파트를 받은 지 3개월 만인 2021년 10월 이를 박 씨에게 팔았다. 매매가격은 약 4억원(당시 시세). 박 씨는 아파트에 남아 있던 할부금 1억 4700만원도 모두 내버렸다.

김 씨가 아파트를 3개월 만에 판 것은 그 만큼 이 씨한테 빌려준 돈을 빠르게 현금화하기 위해서였다. 단기간에 처분한 만큼 양도세율도 높았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주택, 조합원 입주권 및 분양권을 1년 미만 보유하고 팔 경우엔 무려 70%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보유기간이 고작 3개월, 지방 아파트의 시세 차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되니 김 씨는 이 아파트를 처분할 때 양도세 걱정 따윈 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진천군은 박 씨가 미납 할부금까지 포함해 약 4억원짜리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보고 2023년 취득세를 다시 부과했다. 박 씨 역시 김 씨처럼 1억 4700만원의 할부금이 남아 있으니 대략 이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약 2억 5000만원)만 취득가액으로 신고했던 것이다. 진천군이 취득세를 다시 내라고 한 통보에 박 씨는 이를 수용하고 취득세를 다시 납부했다. 이 사실이 국세청에도 전달됐다.

이 때 국세청이 다시 들여다 본 것은 아파트를 매도한 김 씨의 과거 양도세 신고 내역이었다.

국세청이 보기에 김 씨가 신고한 취득가액은 2억 3000만원, 그런데 김 씨가 박 씨에게 아파트를 판 금액은 약 4억원이었다.

국세청 계산대로라면 김 씨에게는 1억 500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국세청은 김 씨에게 “양도세 1억원을 더 내라”고 통보했다.

김 씨 입장에서는 억울했다. 아파트를 받을 때 떠안은 미납 할부금 1억 4700만원이 매도가격에는 포함돼 졸지에 약 4억원짜리 아파트를 팔게 됐는데 취득한 가격은 고작 2억 3000만원이라니...

국세청은 매도 가격에는 할부금을 포함했는데 취득가격에선 할부금을 빼놓고 계산한 것이다.

국세청은 “이 씨에게 돈을 빌려줬고, 그 돈을 못 받아 아파트로 대신 받았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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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곳에서 나온 결정적 증거

김 씨로선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어찌된 일인지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에게는 다행히 과거의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앞서 이 씨의 음성군 땅에 설정했던 근저당이 김 씨의 억울함을 풀어 줄 스모킹 건이 됐다.

이 땅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김 씨는 과거 배당금을 받았었다. 그런데 신용보증기금(신보)이 이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씨가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자 대신 빚을 갚아준 신보가 자신도 채권자라며 근저당 설정이 무효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이 씨한테 돈을 떼인 사람들이 많은데 김 씨 혼자 왜 땅에 대한 경매 배당금을 차지하냐는 것이 신보의 주요 소송 내용이었다.

신보는 이 소송에서 이겼고, 김 씨는 받았던 경매 배당금을 다시 돌려줘야 했다.

이 사건이 이번에는 김 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김 씨가 실제로 이 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였기 때문이다.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의 양도세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조심 2026인0914). 아파트 매도가격에 미납 할부금 1억 4700만원이 포함됐다면, 취득가액에도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실제 거래가격이란 계약 또는 다른 증빙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실제 대가라는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들었다(대법원 2020두27592).

이러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더라면 김 씨는 이 씨한테 시세(약 4억원)보다 반값(2억 3000만원)에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취급되고, 김 씨는 증여세까지 내야 할 판이었다.

친구를 믿고 시작한 돈 거래는 1억원짜리 세금 폭탄으로 돌아왔지만, 마지막에 김 씨를 구한 것은 오래 전 남겨둔 차용증과 근저당, 그리고 법원의 기록이었다.

※ 이 기사는 조세심판원 결정례를 바탕으로 사건의 흐름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실명과 일부 구체적인 금액은 원 결정문에서 공개되지 않아, 확인된 사실관계 범위에서만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결정문에 없는 세부 정황은 임의로 추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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