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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체험을 이끈 사람은 신은총(사진) 올데이티 대표였다. 그는 여러 호텔과 리조트의 시그니처 티를 개발해온 차 전문 블렌더로 이번 소노캄 경주 티도 직접 개발했다.
“경주는 역사와 풍경이 있는 도시입니다. 그 안의 계절, 공기, 향을 차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가 소개한 두 가지 블렌딩 티의 이름은 ‘화양연화(花樣年華)’와 ‘청풍명월(淸風明月)’이었다. ‘화양연화’는 경주의 봄을 담은 차였다. 유기농 녹차에 장미잎, 마리골드, 콘플라워, 목서꽃이 더해졌다. 거기에 벚꽃향 오일이 다섯 방울, 트로피컬 향 오일이 두 방울 떨어졌다. 잔에 담긴 꽃잎의 색이 섞이는 순간, 눈앞에 경주의 봄이 떠올랐다. 꽃잎이 흩날리던 보문호의 그 계절처럼, 향은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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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향은 경주의 ‘봄길’을 이미지화한 겁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화양연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잖아요.” 신 대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청풍명월’은 이름 그대로 경주의 밤공기를 닮았다. 페퍼민트와 그린 루이보스, 콘플라워블루를 섞은 허브 블렌딩으로, 시원하고 맑은 향이 특징이다. 한 모금 마시자 페퍼민트의 상쾌함이 먼저 올라왔다. 뒤이어 루이보스의 깊은 단맛이 은근히 따라왔다. 경주의 저녁, 달빛과 바람이 겹쳐지는 순간의 청량감이 이런 맛일까.
참가자들은 각자 다른 비율로 향을 조합했다. 누군가는 꽃잎을 더했고, 누군가는 허브를 줄였다. 차를 우려내는 동안 향이 천천히 퍼졌다. 첫 모금은 향보다 부드러웠다. 두 번째는 입안에서 여운이 길게 남았다. 향과 맛이 서로 어우러지는 그 미묘한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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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은 약 40분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만든 차를 티백에 담아 가져갔다. ‘화양연화’, ‘청풍명월’. 이름이 붙은 티백을 손에 들자 작은 성취감이 따라왔다. 신 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취향 체험이 아니라, 경주의 시간과 정서를 향으로 기억하게 하는 시도”라고 말했다.
소노캄 경주는 이번 특별 시연을 통해 향후 투숙객을 위한 블렌딩 티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객실 어메니티로 ‘화양연화’와 ‘청풍명월’ 티가 비치돼 있다. 투숙객은 자율적으로 차를 우려 즐길 수 있다. 호텔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경주의 감성과 호텔의 웰니스 철학을 함께 담은 시도였다”이라고 전했다.
차를 마시고 나와 보문호 산책로를 걸었다. 늦은 오후의 바람이 부드럽게 불었다. 방금 만든 차의 향이 코끝에 남아 있었다. 한 잔의 차로 시간을 느끼고, 한 모금의 향으로 도시를 기억하는 일. 경주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조용히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