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일제 확산·재택근무 회의론…업무 고삐 조이는 기업들

조민정 기자I 2024.09.12 05:44:09

''워라밸'' 문화 속 기업 경쟁력 강화 조치
삼성 임원들 주 6일제…국내 기업들 확산
구글 전 CEO "재택근무 탓 AI 경쟁 밀려"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유연근무제를 속속 도입했던 기업들이 다시 업무 강도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재택근무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

(사진=AFP)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들은 임원 주 6일제를 비롯해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업무 강도를 높이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입사 1~2년 차 직원들이 더 몰입해서 업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교육 및 양성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를 처음 배울 때 몰입해서 배우도록 하라는 취지다.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내려진 주 6일제 여파는 국내 기업들로 속속 퍼졌다. SK그룹, 포스코, BGF리테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전 산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에 따른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을 대상으로 한 근무 체제이지만 사실상 임원과 함께 출근하는 또 다른 직원이 생기는 건 불가피한 일”이라면서도 “그만큼 회사가 긴박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긴장감을 갖게 되는 건 맞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들이 ‘워라밸’(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도입하고 업무 강도를 완화해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재택근무를 시행한 기업들이 급증했고, 출퇴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 등장했다.

과거 전통적인 기업문화로 회귀하는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CEO는 “구글이 재택근무 정책 때문에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밀렸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되자 취소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한 스타트업 환경에선 사무실 근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재택근무의 생산성에 의문을 가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역시 재택근무 정책이 기업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머스크 CEO는 물리적인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최소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사무실에 나와야 한다”는 규정을 세우기도 했다. 다이먼 CEO는 젊은 직원들의 경우 현장의 멘토링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캡처=스탠포드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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