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대리점은 차량 보닛에 쓰이는 ‘판넬 어셈블리 후드’ 부품가격을 시세(22만5000원대)보다 60%가량 비싼 36만원으로 부풀렸다. 가격을 올려받더라도 보험사 보상직원들이 차량부품과 금액까지 세세한 사항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관리 장부에는 정상 단가로 기입하고 보험 청구시 부품가격을 허위로 올리는 방법을 썼다.
그러나 A대리점의 꼼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꼬리를 밟힌다. 국내 한 보험사가 방대한 손해사정 데이터를 모아 ‘보험사기 혐의 탐지 기획조사’를 실시하면서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동차계약·자동차사고 데이터를 모아왔을 뿐, 자동차 손해사정 분야 데이터는 활용하지 않았다. 규모가 너무 방대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2010년부터 2018년의 국산 자동차 대물 처리 실적 640만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모아보니 사고 1건당 공임 및 부품 청구는 평균 20개로 집계됐다. 자동차 사고가 난 뒤 보험사에 청구되는 부품·공임비 항목이 평균 20여개였다는 의미다.
◇시기별 부품 단가 살펴보니···4.5만건 이상징후 탐지
보험사는 이를 토대로 1억2000만 항목의 공임·부품 청구내역을 대용량 데이터로 구성했다. 먼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부품별 차트를 만들고, ‘시점’과 ‘단가’를 변수로 잡았다. 판넬 어셈블리 후드 부품을 예로 들면, 시기별로 정상 청구 가격을 설정한 뒤 이 가격대와 동떨어진 ‘이상 가격’을 찾아냈다. A대리점은 각 시기별 청구단가에 대한 통계적 상한선을 4번이나 초과했다.
이상징후 프로그램을 전체 부품청구 데이터에 적용하자, 혐의 건수 기준으로 약 4만5000건의 이상징후가 탐지됐다. 혐의 금액은 1억2600만원 수준이다. 특히 청구업체별 관점에서 보면 A대리점의 과다청구 빈도는 타업체 대비 월등히 높았다. 결국 경찰 수사 결과를 통해 A대리점의 부품 과잉청구 정황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과잉 청구액은 모두 환수됐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