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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들 “韓 스타트업, 기술력 좋으나 글로벌 진출 준비 부족”

박순엽 기자I 2023.02.19 11:13:21

무역협회, ‘오픈 이노베이션 트렌드 설문조사’ 결과
포춘 글로벌 500 기업 속하는 대기업 102개사 참여
기술 경쟁력은 7.4점…글로벌 진출 준비도는 6.1점
공동 기술실증·스타트업 스튜디오를 통한 협력 필요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바라볼 때 기술력은 좋으나 세계 시장 진출 준비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공동 기술실증(Joint PoC) 등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 모델 발굴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다국적 대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포춘 글로벌 500 기업 대상 오픈 이노베이션 트렌드 설문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 1월 9일부터 2월 8일까지 한 달간 진행됐으며, 포춘 글로벌 500 기업에 속하는 다국적 대기업 102개사가 응답했다.

한국무역협회 CI (사진=한국무역협회)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 경쟁력을 7.4점(실리콘밸리 10점 기준)으로 평가한 데 반해, 글로벌 진출 준비도(6.1점)와 비즈니스 모델 차별성(6.4점)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응답자들의 55%는 한국 스타트업의 강점으로 혁신 기술 경쟁력을 꼽았다”면서도 “우수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과 비교하면 해외 진출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강점 (그래프=한국무역협회)
글로벌 대기업 10곳 중 9곳(91%)은 경기 둔화에도 앞으로 스타트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열린 기술혁신) 활동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고 응답했으며, 기업 3곳 중 1곳(35%)은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크게 확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특히, 포춘 500 기업은 함께 협업할 스타트업을 발굴할 때 벤처캐피탈(VC), 엑셀러레이터, 스타트업 지원 기관 등 3자 추천을 받아 결정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37%)으로 나타났으며, 전시회·데모데이·네트워크 이벤트 참가를 통해 기업을 발굴한다는 응답도 22%나 됐다.

기술실증 협력을 늘리기 위한 한국 스타트업의 보강 요소 (그래프=한국무역협회)
아울러 글로벌 대기업들은 스타트업과 연평균 약 10∼25건의 기술실증(PoC·신기술 및 혁신 솔루션을 실제 복합 다중시설이나 대기업 내외부 시스템에 접목해 스타트업에 트랙 레코드와 실증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술실증 진행 시 기업 전략과의 적합성·시너지 효과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주요 기술실증 추진 유형은 △시범 사용·피드백 제공(24%) △기능 추가·변경 등 커스텀 요청(17%) △대기업 내부 데이터 등 테스트 리소스 제공(16%) △유사 제품과의 벤치마크 테스트(14%) 등이 있다.

기술실증 진행 시에는 △관련 보증·보험·합의서 등 관련 행정 준비 과다에 따른 애로(32%) △언어와 문화 등 소통상 어려움(20%) 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응답기업의 57%는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대기업과의 기술실증 협력을 확대하려면 현지 시장 조사 확대, 언론 노출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전시회 참가를 통한 글로벌 진출 역량 확대에 힘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기업들이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업을 늘릴 방안으론 공동 기술실증(Joint PoC), 스타트업 스튜디오를 통한 협력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동 기술실증은 특정 요소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자사와 보완적 기술을 확보한 파트너(중소기업 벤더, 타업종 스타트업) 등과 협업해 공동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방식을 말하며, 스타트업 스튜디오는 사업 기회 포착 후 다양한 자원(인력·자금·컨설팅 등)를 제공해 신생 스타트업을 만들어 비즈니스에 진입하는 모델을 일컫는다.

응답 기업의 84%가 공동 기술실증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새로운 협업 모델로서 확대되리라고 전망했는데, 국내 지원 기관들은 개별 스타트업과 보완 기술 파트너(대기업 벤더·타 업종 스타트업 등)를 매칭해 최종 수요자와 협업하는 모델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과 기술실증 추진 시 애로사항 (그래프=한국무역협회)
또 응답 기업의 69%는 스타트업의 설립 단계부터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사업을 키워나가는 스타트업 스튜디오가 미래 기업 혁신 전략의 방법이 되리라고 전망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대기업들의 관심과 협업 의사가 높은 점이 확인됐다”면서도 “우리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촉진을 위해서는 공동 기술실증 등 글로벌 대기업과 다양한 협력 모델 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역협회는 국내 유망 기술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GVC) 편입을 위해 ‘포춘 500 커넥트’ 등 매칭 사업은 물론, 스타트업 R&D 해외 현지 실증 사업도 2020년부터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의 현지 기술실증과 협력 기회 제공 확대를 통해 우리 스타트업들이 해외 대기업들과의 사업기회를 넓혀갈 수 있도록 노력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019년부터 국내 우수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해외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과 테스트베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스타벅스·볼보·아마존 등의 글로벌 기업 168개사와 국내 스타트업 1378개사 간 일대일 밋업(Meet-up) 기회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또 미국·영국·동남아에서 현지 유관기관·기업과 연계해 해외 기술실증(PoC)을 진행했으며, 유망 스타트업 113개사에 대한 기술실증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무역협회는 해외 협력 기관에 국내 실증 기회를 제공하는 등 테스트베드 교차 사업을 통해 실증기회 상호 교환을 통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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